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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원영일 전시회]금혼식 대신한 ‘선물’
“최형우 전 장관, 정치에 실망…TV에 정치얘기 나온면 꺼”
2016년 10월 02일 (일)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종희 기자 정진호 기자) 

   
▲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왼쪽)과 전시회 ‘세월의 흔적’ 주인공인 원영일 여사 ⓒ 시사오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박권흠 전 신민당 총재 비서실장. 전시회장 입구에는 이른바 ‘YS 키즈’가 보낸 화환이 가득했다. 문을 들어서니,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맞는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의 모습이 보였다. 최 전 장관은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함께 한국 민주화를 이끈 거물로, 8·9·10·13·14·15대 국회의원과 정무 제1장관, 내무부장관을 지낸 상도동계의 핵심 인사다. 1997년 3월 11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정계를 떠난 후로는, 20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최 전 장관이 아닌, 1966년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고 50년째 최 전 장관의 곁을 지키고 있는 원영일 여사다. 원 여사는 험난했던 군사독재시절 정치 내조를 하느라고, 또 최 전 장관이 쓰러진 뒤에는 간호 때문에 붓을 제대로 쥘 틈이 없었다. 그러다 최 전 장관의 투병 생활이 10년을 넘어가면서, 원 여사도 다시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최 전 장관 역시 묵묵히 응원을 보냈다. 

   
▲ 상도동계로 분류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도 전시회에 화환을 보냈다 ⓒ 시사오늘

전시회에는 ‘보랏빛 합창’ 등 2009년부터 원 여사가 그린 회화 30여 점과 최 전 장관이 쓴 서예 작품 5점이 걸렸다. 이번 행사의 명칭은 ‘세월의 흔적’. 이는 원 여사가 최 전 장관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올해는 두 사람이 결혼한 지 50년째 되는 해지만, 최 전 장관이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해 금혼식을 치르지 못했다. 그래서 원 여사는 금혼식 대신 전시회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시사오늘〉은 최 전 장관의 부인 원영일 여사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회 ‘세월의 흔적’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전시회를 열게 됐나.

“올해가 결혼한 지 50년 되는 해다. 또 내가 올해 77살 됐다. 그래서 겸사겸사 뭘 할까 생각하다가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최 전 장관이 안 아팠으면 같이 부부전(夫婦展)을 해서 장학회도 열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혼자라도 열기로 했다.”

-주제가 ‘세월의 흔적’인데 그렇게 정한 이유가 있나.

“20년 (최 전 장관을) 간호하면서 지나온 세월을 여기 다 쏟아 넣었다는 뜻이다. 이번에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예전에 대학 다닐 때 그렸던 그림과 비교를 하게 됐다. 정말 완숙했다 싶더라. 그때는 예쁘게만 그리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 내면의 세계가 나온다. 20년 동안 이 열정을 참고 살았는데, 그게 표출된 거다.”

-최 전 장관의 반응은 어땠나.

“전폭적으로 지원해 줬다. 사실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혼자 화실에 가기가 꺼려졌는데, 최 전 장관이 ‘나는 혼자 있어도 괜찮으니까 가라’고 하더라. 그뿐만 아니라 화실 갔다가 오면, 제일 먼저 손을 내밀고 ‘오늘은 뭐 했나 보자’고 한다. 그래서 보여드리면, 이건 대상이 잘못됐고, 이건 색깔이 안 어울리고 하면서 평가를 한다. 나보다 예술적 소양이 더 좋은 것 같다(웃음).” 

   
▲ ‘세월의 흔적’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 ⓒ 시사오늘

-그림에서 독특한 면이 느껴진다.

“그림에 정치적인 면은 전혀 없다. 그런데 어제 어떤 분이 찾아와서 그러더라. ‘정치를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내가 놀라서 ‘그런 게 보입니까?’ 하고 물으니까 그 분이 ‘저도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다 보입니다’ 하는 거다. 사실 꽃 한 송이도 얼굴이 다 다른 법이다. 앞을 보는지 옆을 보는지, 빛이 어디에서 비치는지에 따라 다 다르다. 그런데 나는 그림자를 많이 그렸다. 나는 밝은 면이 국가를 리드하는 쪽이라면, 그림자 쪽은 국가를 뒷받침하는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그림에서도 약간 그런 게 드러나는 것 같다.”

-‘최형우’의 서예 작품도 전시돼 있다.

“최 전 장관은 여초 김응현 선생에게 7~8년 동안 서예를 배운 분이다. 전두환 정권 들어와서 7년 갇혀 있을 때 뭘 했겠나. 최 전 장관이 비서들(형사들)에게 함께 가자면서 서실을 찾아 붓글씨를 썼다. 전시회도 세 번이나 했다.”

-정치 자금을 개인전으로 마련한 건가.

“그것보다는 장학회를 위한 모금 목적이었다. 우리는 다 예비 장애인이다, 우리가 건강할 때 도와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전시회를 열어서 가난해서 공부 못하는 사람이나 장애인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8천만 원을 모아서 온산장학회를 만들고, 장학금을 줬다. 지금도 주고 있고.”

-최 전 장관이 현 정치권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나.

“TV에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꺼버린다. 모두 다 이상하다고. 너무 비참하다고 한다. 애국심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입신양명(立身揚名)과 공천에만 관심이 있다고. 공천에만 급급해서 눈치만 보지 소신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YS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원 소장도 방문한 걸로 안다.

“어제 왔다갔다. ‘어머니가 아버지 대신 오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그런데 건강이 안 좋으셔서 대신 왔다’면서 인사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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