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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투성이'···한미약품의 수상한 주가 폭락
2016년 10월 04일 (화) 전기룡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 한미약품이 주가 파동에 휩싸였다.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올무티닙 기술수출 취소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관순 사장이 발언을 마치고 인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한미약품이 주가 파동에 휩싸였다. 업계에서는 호재와 악재를 공시한 시점과 한미약품 담당자의 거래소 방문 후 기관 단위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점 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쏟아 내고 있다.

4일 유가증권시장서 한미약품은 41만1000원에 장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7.28% 하락한 수치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30분께 미국 제약사 제넨텍에 1조원 상당의 표적 항암제를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한미약품 주가는 상승세를 탄다. 이날 시장외거래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5~6% 가량 올랐고, 30일 주가는 전 거래일 보다 3만원 가량 오른 65만4000원에 장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름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30일 오전 9시29분께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지난해 7월 맺은 8500억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된 사실이 공시되면서 하락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호재와 악재 공시로 인해 주가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공시를 했던 시점, 공시 직전 기관 단위 매매 물량이 쏟아졌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늑장공시’···의문의 14시간

한미약품이 이메일을 통해 베링거인겔하임 측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것은 9월29일 오후 7시6분, 공시가 이뤄진 시점은 14시간23분이 지난 9월30일 오전 9시29분이다.

현재 거래소 공시 표출 시간이 통상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라는 점, 24시간 내에 공시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미약품이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개장 전 공시를 통해 악재를 충분히 알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늑장으로 공시해 애꿎은 개인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한국거래소의 별다른 승인 없이도 기업 공시 담당자가 관련 내용을 입력 후 공시하게 되면 바로 투자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릴 수 있었던 만큼 한미약품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 측은 공시를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지연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호재성 공시 직후 악재성 내용을 다시 공시하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이라 판단,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자 했다”며 “중요한 사항이었던 만큼 오후 당직자 등에게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 측 공시담당자가 30일 오전 8시30분에 거래소에 도착해 8시40분부터 공시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며 “관련 증빙 자료를 검토하고 당초 계약규모와 실제 수취금액의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수시 공시의 경우 신속성이 중요한 만큼 거래소의 승인 과정 절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미약품 측에서 공시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바로 공시로 표출될 수 있었다”고 반론했다.

또 한국거래소는 “투자 판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의 경우 거래소와의 협의를 거쳐 오후 7시 이후에도 공시가 가능하다”고 밝혀 향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장 시작부터 악재 공시까지···의문의 29분

이 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30일 장이 열리고 악재성 내용이 공시되기까지 29분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 측이 누군가에게 주식을 미리 팔 수 있는 ‘29분’의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전산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시를 수고스럽게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한미약품이 거래소를 찾아 온 정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주가 흐름에 변동을 가져 올 수 있는 공시였던 만큼 한미약품 측은 거래소를 방문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것이 아니라 전산상으로 악재 내용을 입력하는 게 올바른 조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악재 공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은 악재가 터진 날 한미약품을 매도하며 피해를 최소화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을 2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손해를 입은 바 있다.

또한 시장에서는 30일 한미약품 공매도 수량이 10만4327주였다는 점에서 역시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미약품 평균 공매도 수량은 4850주 수준이다.

공매도란 ‘없는 것을 판다’라는 의미로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5만원인 A사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A사 주식이 없는 기관 투자자라도 이 회사 주식을 매도하고 며칠 뒤 주가가 3만원으로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서 갚으면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앞서 한미약품 1년 매출액(약 1조3000억원)의 70%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 공시됐다”며 “이 같은 상황 속에 공매도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대규모 호재 공시를 발표한 시점에 공매도를 주문하는 것은 누군가가 제공한 미공개 정보에 기인했을 거란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데는 과거 한미약품 측이 미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 불공정거래를 진행했던 전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이 공시되기 전에 한미약품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금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9일 한미약품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공개 정보를 취득해 주식을 사고 팔아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인정받아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이에 지난 2일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직접 나서 해당 사태에 대해 해명했지만, 금융당국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한미약품에 대해 불공정 거래 여부에 관한 조사에 나설 방침인 만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역시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한미사이언스는 전 거래일 대비 8.33%(9500원) 떨어진 10만4500원에 거래가 종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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