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戰②]올리면 투자 준다vs. 내려도 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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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戰②]올리면 투자 준다vs. 내려도 안 늘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0.1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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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MB정부 이전 수준으로 환원”
정부여당,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법인세(法人稅) 전쟁’의 막이 올랐다. 진원지(震源地)는 야3당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공히 법인세 인상을 당론으로 내걸고 세제(稅制) 개편에 나섰다. 이미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를 각각 25%와 24%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야3당 모두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법인세를 되돌리겠다는 데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여야 3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담에서 “세계적 추세가 법인세 인하”라며 “세계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법인세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역시 지난달 26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법인세 인상을 막아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자해행위”라고까지 표현했다. 되돌리려는 야권과 막으려는 여권의 충돌이 불가피한 흐름이다. 

▲ 법인세 인상은 ‘자해행위’라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 뉴시스

“법인세 인상은 경기 침체 가져와…국민이 피해볼 것”

법인세 유지를 설파하는 쪽의 주된 논거는 ‘경제학적 원리’다. 경제학에서는 법인세 인상 피해자가 국민이라고 본다. 법인세가 높아지면 세후 이윤이 감소하므로 투자가 위축된다. 투자가 위축되면 생산이 줄어들고, 생산 저하는 고용 악화와 가계소득 하락을 낳는다. 결국 법인세 상승은 경기 침체를 유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논리다.

이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은 장기적으로 세수(稅收) 감소도 가져온다. 법인세를 올리면 결과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기 때문에 기업이 국가에 내는 세금도 적어진다. 법인세 인상분으로 복지 등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는 야당의 말은 단기적으로 유효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세수를 감소시켜 복지 혜택도 줄어들게 만든다.

또 경제학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소비자에게 귀착한다고 강조한다. 생산자에게 조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생산자는 조세 상승분만큼 가격을 상승시키므로, 최종적으로는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轉嫁)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상 부담은 근로자와 투자자에게로 귀착된다”는 이유로 법인세 인상에 반대했다. 김종인 전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지난 8월 국회에서 개최한 특강에서 “법인세 인상은 빙빙 돌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법인세율이 1%포인트 오를 때 고용이 0.3~0.5%, 근로소득이 0.3~0.6%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획재정부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5개 OECD 회원국 중 상당수가 법인세율을 내렸다. 우선 영국은 2008년 28.0%에서 지난해 2015년 20.0%로 8%포인트 낮췄고, 같은 기간 일본도 30.0%에서 23.9%로 6.1%포인트 인하했다. 스페인은 2015년 법인세율을 30%에서 28%로 낮춘 데 이어 올해 25%까지 내렸다. OECD 평균 법인세율 역시 2000년 30.2%에서 2016년 22.5%로 떨어졌다.

이처럼 전 세계적 법인세 인하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국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기업 ‘버거킹’은 2014년 미국을 떠나 캐나다로 본사를 이전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 ‘존스컨트롤스’가 보안서비스업체 ‘타이코인터내셔널’과 합병한 뒤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애플·구글 등도 아일랜드에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법인세율은 미국이 35.0%, 캐나다가 15.0%, 아일랜드가 12.5%다. 

▲ 법인세 인상해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시스

“법인세 인하해도 기업 투자 안 늘어…정상화해야”

반대로 야당은 법인세 인상과 기업의 투자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달 18일 세제개편안 관련 토론회에서 “다수의 실증 분석을 살펴보면 법인세율이 올라갈수록 투자가 감소한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일부 영향이 있더라도 상위 0.1~0.2%의 대기업에 한정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이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전제부터가 참이 아니라면, 투자 위축이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는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법인세 인상과 투자는 함수관계가 아니므로, 법인세 인상은 세수 확충으로 이어진다. 야당은 법인세를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면 5년간 25조5000억 원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지난 6월 TBS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과표기준 500억 원 이상 대기업에 한해 22%의 법인세를 25%로 환원해야 한다”며 “그러면 약 5년간 25조5000억 원 정도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세금을 복지 등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다.

야당은 또 법인세율이 인하된 이명박 정부 이후에도 기업의 투자는 확대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법인세 인상, 그 오해와 진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1835개 전체상장사 당기순이익이 2008년 39조 원에서 2014년 83.9조 원으로 115%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는 6년간 오히려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상장사 사내유보금이 2008년 326조 원에서 2014년 845조 원으로 6년간 519조 원, 158.6%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인세 인하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리나라만 법인세율을 높이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주장도 일축한다. 현재 우리나라 명목법인세율은 22%지만, 2010년 기준 실효세율은 16.6%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미국은 21.8%, 영국은 25.1%, 호주는 23.7%의 실효세율을 나타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8월 코트라가 한국과 전세계 32개국의 투자환경을 비교한 ‘2016 주요국 투자환경 비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총이익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실질세율은 한국이 33.2%로 프랑스(62.7%), 일본(51.3%), 미국(43.9%)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개발도상국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 실질세율은 브라질(69.2%), 중국(67.8%), 인도(60.6%) 등의 절반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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