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람의 불면증, 회사의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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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의 불면증, 회사의 불면증
  • 인천 공덕한의원 원장
  • 승인 2016.10.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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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의 한방 인문학(28)> 스마트팜 무산위기와 불면의 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인천 공덕한의원 원장)

이런저런 이유로 불면증을 경험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회사도 사정은 다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회사는 생명체가 아니나 법이 인격을 부여한 법인(法人)이다. 사람이야 의사 처방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으나, 회사는 다르다. 불면의 밤을 보내다가 회사 문을 내리는 부도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때론 계획을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어려움에 처한다.

LG그룹의 LG CNS가 새만금에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대규모 스마트팜(Smart Farm)’을 추진하다 무산 위기에 몰렸다. 전국 농민단체들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겠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서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과 농산물 시장 교란’을 근거로 반대하는 농민단체들과 ‘미래농업을 준비하는 상생 R&D’라는 대기업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동부그룹 계열 동부팜한농이 경기 화성시에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할 온실을 지었다가 농민단체들의 반대로 사업을 접었다. 4년 만에 비슷한 이유로 대기업의 스마트팜 실증 단지 구축 계획이 또다시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스마트팜 단지’를 둘러싼 갈등 해법 논의가 4년 동안 한발 짝도 못나갔다는 탄식이 나온다.

스마트팜은 각종 센서와 PC, 스마트폰 등으로 농작물의 생육환경을 제어하는 ‘첨단 농장’이다. LG CNS가 새만금산업단지에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이유는 세계 스마트팜 시스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시설 자재와 센서, 네트워크, 제어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새만금 스마트팜 단지에서 검증하고 이 ‘레퍼런스(실증 사례)’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팜 설비 시장은 지난해 기준 22조원에 달한다. 2020년에는 3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네덜란드,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첨단 기술을 스마트팜에 적용하고 있다.

농민들과 LG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정부의 갈등 중재 역할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는 LG 측에 “농민들을 만나 상생방안을 마련한 뒤 사업을 진행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4년 전 ‘동부팜한농 사태’를 해결 못한 정부가 이번에도 사업자에게 갈등 해결의 짐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의약품 원료 등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과학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팜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마트팜 사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한방 원인처방이 효험이 있다. 스마트팜 무산위기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을 LG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농업은 1차 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2차 가공산업과 3차 서비스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이다. 농업은 국가 최후의 보루이다. 다른 건 그렇다 해도 식량은 국가안보와 더불어 국가안위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안보 없이 국가미래가 없듯, 식량 없이 국가안위는 없다. 선진국 위주로 농업에 투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이유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회사가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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