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의 균열①]진보하지 못한채 '신뢰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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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의 균열①]진보하지 못한채 '신뢰도' 추락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6.10.29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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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신종 기능으로 기대감 일으켰지만 기본 품질에서 '실망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프리미엄’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 갤럭시 노트7 사태는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일으켰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최신식 스마트폰이 스스로 타버린 소식이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졌지만 회사는 그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단종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노트7은 홍체 인식 기술 등 몇몇 새로운 기능으로 기대감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장 나지 않고 튼튼한’이라는 기본 품질을 지키지 못하면서 신뢰도까지 추락했다.

지난 1993년 초 가전제품 광고에서 대박을 터트린 슬로건이 있다. 바로 ‘탱크주의’다. 쉽게 말해 ‘기능이 많은 제품이 좋은 게 아니라 고장 나지 않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대우전자 사장인 배순훈 박사는 TV광고에 직접 출현, ‘탱크주의’를 설파하며 ‘기술은 편리하고 심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대우전자가 만든 세탁기, 냉장고, TV 등의 매출은 급등했다.

그 시절 가전 업계는 유행처럼 IC(집적 회로)를 이용, 제품에 특수 기능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탱크주의’ 광고는 이런 흐름을 한 방에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고 다른 가전회사들도 사실상 ‘탱크주의’로 돌아서게 했다. 그 결과 대우전자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 가전사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 최신식 스마트폰 삼성 갤럭시 노트7이 스스로 타버린 사건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이 기술면에서 진정 진보했는지 의문점을 남긴다. ⓒ시사오늘

탱크주의는 마하트마 간디가 설파한 ‘진보란 단순화이다(progress is simplification)’ 명제와 일맥상통한다. 사람들 생활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결코 진보가 될 수 없다는 외침으로 산업계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날로 복잡해지는 작금의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명언이다.

실제로 IT기술을 비롯한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바쁜 수준을 넘어 심지어 쫓기듯이 생활하는 등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아졌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삶은 더 윤택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사그라지면서 세상은 다시 단순화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실용적이고 기본 목적에 충실한, 달리 말해 정직한 제품을 내놓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던 대형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중소형 아파트 인기가 올라가면서 오히려 더 높은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아파트 설계 방향을 겉치레가 아닌 쾌적하고 편안한, 그리고 경제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집중한 결과, 중소형 평수 아파트의 경쟁력이 올라간 것이고 시장은 이에 정직하게 반응한 것이다.

세련된 도시적 이미지에 자유로운 분위기로 카페업계를 견고하게 장악한 스타벅스 위세 속에서도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빽다방’도 기본 목적에 충실한 단순화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한 보험회사는 아예 경영이념 중 하나를 ‘이해하기 쉬운 보험상품’으로 정했다. 간소화된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단순화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복지정책과 관련, 그 동안 복잡한 기준이나 절차 때문에 수급자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예산이 줄줄 새는 낭비가 발생하면서 그 기준과 절차를 단순히 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포퓰리즘에 기대는 감성정치 대신 실질적이고 정직한 정치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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