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그리고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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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그리고 균형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6.10.30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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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막스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읽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 19세기 후반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활동한 독일의 저명한 사회과학자이자 사상가인 막스베버(Max Weber) ⓒ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다른 어느 때보다 정치인과 공직자의 자질에 대한 문제가 연일 불거져 나오는 요즘,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혼란스러움에 막스베버(Max Weber)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책꽂이에서 꺼냈다. 이 책은 1919년 1월, 독일 뮌헨대학의 학생단체 ‘자유학생연합’의 초청으로 베버가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정치를 직업 또는 소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베버는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이 정치인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상보성(相補性)에 대해 주목한다.

베버가 말하는 ‘신념윤리가’는 ‘자신의 신념 실현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결과들은 도외시한 채 신념의 실현 그 자체에만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신념 실현의 현실적 결과가 자신의 의도와 어긋났을 때는 “세상이 어리석고 비열하지 내가 그런 건 아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있으며,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고 나는 이들의 어리석음과 비열함을 뿌리 뽑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책임윤리가’는 ‘자신의 행동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과 인간의 선의와 완전성을 전제할 어떠한 권리도 자신에게 없다는 원칙’에 따라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베버는 이 두 윤리가 서로 절대적 대립관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베버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는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라고 여기며, 이 두 윤리 사이의 균형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은 이 두 윤리 사이의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 같다. 오직 ‘신념윤리’만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듯 보인다. 그에 따른 후유증에 대한 책임은 서로 떠넘기고 부인(否認)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가진 권위와 권한을 오로지 개인의 탁월한 능력 덕분에 얻은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이를 사적이익이나 소속된 조직의 이해관계를 위해 악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정치인과 공직자는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 국민들로부터 권위와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代理人)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만큼 자신들이 행한 결과물이 여론과 상충(相衝)할 때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질 줄 알아야 한다. 한국 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카메라 앞에서 ‘변명의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막스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한번 읽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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