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은 왜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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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룡은 왜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1.0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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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참모들도 박근혜 후보가 누구와 상의해 결정하는지 몰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13년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감이 아니다’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 시사오늘

한나라당 김덕룡 전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집어삼키면서부터다. 국정은 완전히 마비됐고, 추락에 추락을 거듭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어느덧 한 자릿수를 바라보고 있다. 언론도 ‘최순실’ 세 글자로 뒤덮였다. 지난 주말 서울 청계광장을 가득 채운 성난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거리에는 ‘이럴 줄은 몰랐다’는 탄식이 가득하다.

그러나 4년 전, 적잖은 사람들이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 김덕룡 전 원내대표(DR)도 그 중 한 사람이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최측근이자 민주화 투쟁 동지였던 DR은 ‘보수대연합’이 이뤄졌던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가 아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한나라당의 ‘산파(産婆)’이자 이명박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었던 DR이 ‘보수대연합’을 이탈, 문 후보를 지지한 것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DR은 ‘원칙과 신의’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YS 화형식’을 감행, YS의 격노를 샀던 이회창 전 총리가 1997년 대선 당시 아들 병역문제로 ‘후보교체론’에 시달렸을 때도 “경선을 통해 선출한 후보를 바꿀 수 없다”며 후보 교체를 반대한 유일한 경선 후보였다. 대선 후 한나라당 총재로 복귀한 이 전 총리가 세풍(稅風), 총풍(銃風) 등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도 이 전 총재 중심의 단합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랬던 DR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당을 떠나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유는 ‘박 후보는 대통령감이 아니다’라는 것. DR은 지난 2013년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박 후보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자기중심적이고 권위적인 박 후보는 소통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박 후보의 친구인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박 후보 주변의 참모들조차 박 후보가 일을 결정할 때 누구와 상의하는지 모른다고 말하지 않나”라고 일갈했다. 그는 “나는 박 후보가 독재자의 딸, 유신공주라는 것 외에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분열과 대결의 정치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상도동계가 모두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군사정권과 싸워온 우리 삶이 부정되는 것”이라고 YS의 박 후보 지지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DR이 새누리당을 탈당,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일각에서는 DR을 ‘변절자’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김용갑 전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DR에 대해 “참 치사한 사람”이라며 “영혼까지 팔아서 되겠느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도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DR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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