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반기문 대망론’이 ‘최순실 게이트’로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과 친(親)박계의 지원에 줄곧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정계에서는 반 총장에게 등돌린 지지층이 야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주된 지지기반은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과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의 지지다. 특히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나흘 간 반 총장과 일정을 같이하면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된 반 총장의 입지는 점점 굳어졌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반 총장의 지지율을 흔들었다.
“박 대통령을 향한 민심 이반…반 총장에 영향”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성인 1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9%까지 수직 하락했다. 지난주 주간 집계 대비 8.1%P급락한 수치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의 지지율이 19.0%P 이탈했고, 50대 이상 새누리당의 지지기반도 빠르게 와해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도 연이어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4.4%P 하락한 16.5%로 처음 10%대로 떨어져 2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계층에서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보수층과 새누리당 지지층이 주도했다. 특히 반 총장은 TK권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5.5%P 뒤쳐진 16.5%를 기록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도 문 전 대표에게 뒤쳐졌다.
“반 총장 지지층 이탈…수혜자, 文일까? 安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박 대통령 핵심지지층이 이탈했고, 이 여파가 반 총장에게 까지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반 총장의 지지세력 이탈이 야당, 특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계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반 총장을 누르고 15주만에 1위로 올라선 것을 근거로, 반 총장의 지지층이 문 전 대표에게 이동했다고 주장키도 한다.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결과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6%포인트 상승해 20.9%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특히 문 전 대표는 △20대(28.1%)와 30대(27.5%) △무당층(9.3%) △보수층(10.2%) △중도층(23.0%)에서 주로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문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아성이라는 부산‧울산‧경남권(PK)에서 1위로 올라선 점이다. PK권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 전 대표가 25.3%를 얻어 반 총장의 17.1%를 비교적 큰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특히 PK권에서 기록한 문 전 대표의 지지율 34%는 41%의 호남과 39.5%의 서울 다음으로 높아 PK권이 문 전 대표의 새로운 지역적 지지기반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문 전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전남·광주·전북에서 24.2%를 얻어 안철수 전 대표의 15.6%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반 총장의 지지층이 꼭 문 전 대표에게만 이동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팽배하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지지율이 9월 조사와 비교할 때 무려 7.9%P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이에 상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11.4%라는 6월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 총장에서 이탈한 지지층이 안철수 전 대표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3일 <시사오늘>과 만난 야당의 핵심 당직자는 “반 총장의 하락세가 반드시 야권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최순실 때문에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선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반 총장 이탈층 대부분은 현 정국을 관망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얼마나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반 총장 이탈층의 향배가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왜 더 선명한 야성을 드러내지 않느냐는 의문이 많은데, 문재인 전 대표 입장에선 강경하게 발언을 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것이다. 지금 야권 최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역풍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정국 흐름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어제 기자회견에서 한 안 전 대표의 강경발언에 문 전 대표 지지층도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니냐. 또한 여전히 존재하는 부동의 보수층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전화면접(CATI)·스마트폰앱(SPA)·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임의전화걸기(RDD) 및 임의스마트폰알림(RDSP) 방법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며 응답률은 전화면접 21.4%, 스마트폰앱 39.5%, 자동응답 5.3%로, 전체 10.4%(총 통화시도 1만4531명 중 1518명 응답 완료)다. 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하면 된다.
좌우명 :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