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도움' 그리고 '우리도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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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도움' 그리고 '우리도 피해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1.04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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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핵심은 '정경유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의 당사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담화' 아닌 대국민담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국민에 사과하고,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특검에 의한 수사 역시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속 빈 강정'에 그쳤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 있는 정경유착에 대한 내용이 철저하게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 권력자의 인척비리가 아니다. 현재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을 통로로 삼아 재벌 대기업 오너들에게 접근해 직간접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기금 출연에 참여한 대기업들이 어떤 식으로든 현 정권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챙겼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앞서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이런 거액의 돈이 숨은 권력에게 간 데는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가 있을 거라는 것쯤은 모든 국민이 다 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대국민담화를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법망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정말 재벌 대기업들이 '선의의 도움'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출연했다면 범죄가 성립되기 어렵다.

반면, 특정 이권이나 특혜 등 대가를 바란 행위라면 이는 분명 정경유착에 의한 기업 수금이다.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뇌물죄가 적용될 여지가 상당하다.

현재 재계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발맞춰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표현처럼 '선의의 도움'을 줬다는 입장이다. 그간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막대한 자본과 기득권을 축적했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선의의 도움'을 줬던 재벌 대기업들이 현 정권으로부터 대가성 농후한 특혜를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그룹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끝냈다. 당시 양사간 합병비율을 놓고 많은 논란이 일었지만,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공기업 국민연금공단이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SK그룹도 이 같은 의혹이 있다. SK그룹 총수는 2008년에 광복절 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2015년 재차 광복절 특사 명단에 포함됐다. 또한 그는 2008년 사면 복권된 이후 고작 3개월 만에 회사 돈 450억 원을 횡령해 다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재범'이었다. 또한 전체 4년의 형량 중 단 2년 7개월밖에 채우지 못했다. 법조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혜였다.

이들은 과연 '선의의 도움'을 준 '피해자'였을까. 올해 초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만나 'K스포츠재단 재정 지원 80억 원-세무조사 편의 청탁' 뒷거래를 시도했던 사실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나, 나라를 좀먹는 정경유착이 계속되는 이상 대한민국은 영원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로 거침없이 의혹을 파헤쳐, 박 대통령의 바람을 꼭 들어주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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