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시위]학생, 다시 나섰다…여론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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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시위]학생, 다시 나섰다…여론이 움직인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11.06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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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귀환…중·고생들도 시위 참여
´학생의 힘´ 4·19부터 최순실 게이트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학생들이 다시 일어났다. 학생들은 한국 정치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그 현장을 이끌어왔지만, 민주화 이후 한동안 대부분이 캠퍼스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온 나라를 뒤덮은 국정농단 게이트가 국민적 공분을 사자, 다시금 선봉에 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보다 다양한 방식의 시국 참여로 ‘철부지들’, ‘빨갱이 학생들’이라는 부정적인 딱지를 뜯어 태우는 모양새다.

▲ 5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행렬. ⓒ시사오늘

광복 이후 학생들은 주로 민주화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4‧19 혁명의 도화선은 2‧28 대구 학생의거라고 불리는 1960년 대구 고등학생들의 도심 시위였다. 이후 마산에서 김주열 학생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시신으로 발견되고, 4월 18일 고려대학교 학생 총궐기가 일어나며 결국 4‧19 혁명이 일어나며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켰다.

군부독재하에서도 주요 민주화 투쟁 세력은 야권 정치인과 재야의 학생들이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대학생들의 상당수는 현재 정치권에 몸담고 있기도 하다. 소위 ‘86운동권 출신’들이라고 불리는 그룹도 있다.

‘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되는 야권의 한 중진의원은 앞서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당시는 우리가 (민주화에)앞장서야 한다는 소명의식 비슷한 것이 있었다”며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하지도 않았고, 대학생 등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도 적었기 때문에 일종의 사명감을 느꼈던 것”이라고 전했다.

70년대에 학생운동에 참여했다는 김모 씨(60대‧서울마포구거주‧남)는 “한국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과도기를 겪고 있었고, 부모님, 형 등의 뒷바라지로 공부하게 된 우리가 나라를 위해 이바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했다”며 “거기에 정의감 등이 더해지며 학생운동의 바탕이 됐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대가 열리며, 사실상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이후 IMF 사태로 요약되는 경제난, 이어지는 대학생 수의 증가와 취업난 등이 겹치며 학생들의 사회참여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나마 방향도 자원봉사를 비롯한 간접적인 사회참여가 대다수를 이뤘으며, 대부분의 대학교에선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상대적 소수만이 시위나 대자보 등을 통한 직접적인 사회참여를 이어나갔다. 2000년대 초중반을 중심으로 이조차 옅어지는 분위기였다.

한동안 ‘취업에만 골몰한다’, ‘대학생이 아니라 학원생’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큼 캠퍼스에서 좀처럼 나가지 않던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2월 고려대학교 주현우 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이면서다. 전국의 대학교로 확산된 이 운동은 파장을 일으켰고,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제목은 일종의 구호가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사건 이후 다시 세간의 이목을 모은건 이화여자대학교다. 지난 7월 이대생들은 학교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과대학을 설립키로 하자 이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경찰투입으로 이어졌고,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갔다.

▲ 5일 열린 촛불시위장에 전국의 대학교 총학생회깃발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시사오늘

총장사퇴 요구로 번진 시위는 그간의 데모와는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총학의 주도 없이 ‘이념적’이라고 오해받을 만한 요소를 모두 제외했으며, ‘공부를 등한시 한다’는 선입견을 부수고 ‘공부 시위’를 선보이며 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그 딸 정유라 씨의 특혜의혹에 직면한 이화여대의 반총장 시위는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결국 시위 86일 만에 지난달 19일 최경희 총장이 사퇴하며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다.

현 정국에서도 대학생들의 사회참여는 점점 확대됐다. 온라인 상에서는 ‘고려대 박공주 헌정시’, ‘연세대 공주전’ 등 사태를 직설적으로 풍자하는 대학생들의 게시물이 주목을 받았다.

5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에서도 각 대학의 총학생회를 비롯한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소위 ‘과잠’이라고 불리는 학교의 상징점퍼를 입고 개별적으로 동참하거나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전통적인’ 모습도 보였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근처 인도의 시민 일부는 학생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기도 했으며, 캔커피 등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중앙대학교 학생은 “나라의 중요한 순간에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어 나왔다”며 “뜻밖에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이 학생은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내 의사를 전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며 “내가 살 나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강대학교 총학생회 소속의 한 학생도 “잘못한 것을 정확히 말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진정성이 없었다”며 “해결가능한 단계는 넘었고 사퇴만이 답”이라고 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한 학생은 “행동하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이대가 보여주지 않았나”라며 “이 사태가 국민들 모두에게 직접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아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 5일 촛불시위에 참가해 세종대로 사거리를 가득 메운 채 행진하는 시민들 ⓒ시사오늘

한편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며 20여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박근혜 정권 퇴진시위에는 상당수의 중‧고등학생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 광화문에선 극우보수단체인 ‘엄마부대’의 회원이 한 여고생의 뺨을 때려 논란이 일었다. 대전에선 대전시교육청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학교를 일일이 파악한 뒤 해당 학교에 전화로 이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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