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가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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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가 던진 ‘메시지’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11.1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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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화 열망 읽지 못한 美 민주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방송화면 아래 선거결과가 보인다. ⓒCNN 방송화면 캡처

트럼프의 승리 이전에 클린턴의 패배다. 그리고 민주당의 패배다. 한국시간으로 9일 전 세계의 관심을 모은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끝났다.

현지 대다수의 언론들이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하는 와중에 사실 이미 심상찮은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기자는 약 일주일 전, 시애틀에 사는 지인에게 “트럼프가 당선될 것 같다. 바닥 백인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민이라도 가야 하나”라는 전화를 받은 바 있다.

결국 선거 결과는 뒤집혔다. ‘설마’하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막말과 과거의 추문으로 얼룩진 소위 ‘금수저’ 출신 정치 초보. 트럼프는 한국이었으면 몇 차례도 더 낙마했을 최악의 후보자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서 돌풍을 일으키며 후보가 됐고, 본선도 집어삼켰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공화당원들은 현명했다. 무섭게 돌풍을 일으킨 트럼프에게 힘을 몰아줬다. 민주당에도 기회는 있었다. 버니 샌더스 신드롬이 그 기회였다.

두 아웃사이더, 트럼프와 샌더스의 급부상은 미국 사회가 지금 얼마나 변화를 열망하는지에 대한 신호였다. 9일 여권 정계의 한 원로정치인은 기자와 만난 자리서 “자유주의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사회주의자 샌더스의 선전은 미국인들이 지금 얼마나 변화에 굶주려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트럼프의 승리에 대한 평을 내놨다.

공화당은 우연이든 어쨌든 이 민심과 부합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샌더스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클린턴을 택했다. 이메일 스캔들을 비롯한 다른 여러 큰 변수들도 존재했지만, 클린턴과 민주당의 치명적인 패인은 바로 변화를 거부하고 현 기득권들(혹은 그 체제)을 옹호했다는 부분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클린턴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임을 너무 과신했든가, 트럼프의 기행과 막말에 역으로 자만했을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우세에 취해 자국 국민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상·하원도 장악했다. 이 역시 민주당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실망감을 드러내는 지표다.

이번 미국 민주당의 패배는 한국의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그리고 이미 민심과 멀어질대로 멀어져 있는 새누리당에게도)에게 ‘민심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패배로 직결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여권의 자폭에 가까운 혼란으로 한국 야권은 흐름을 가져왔다. 그러나 만에 하나 방심과 자만, 내분과 안주를 보여준다면 국민들은 순식간에 등을 돌릴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하는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에게, 한국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하기 직전이다. 이는 비단 청와대와 여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클린턴과 민주당의 참패를 기억하라.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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