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는 게 서러워”…30대도 일하고 싶다
“나이 먹는 게 서러워”…30대도 일하고 싶다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6.11.1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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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인권차별 요소 지적에도 여전히 나이 기재 요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현정 기자)

기업들의 상·하반기 채용 시기마다 나오는 신입사원 채용관련 통계가 구직자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매해 취업에 실패하며 나이는 들어가는데 인사담당자들은 상대적으로 어린 구직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사오늘>이 10일 만난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구직자 나이로 서류 당락을 정하지 않는다”며 직무와 맞는 경험과 역량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직 상하 간의 소통을 위해 나이가 너무 많은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구직자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증거다.

채용 시 ‘나이’는 차별적 요소인가

지난 7일 국가 인권위원회는 입사지원서 내 인권차별 요소 중 1위를 ‘나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위 연구팀은 “특정 연령대를 알 수 있거나 지원연령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조치는 차별이다”며 “이에 해당하지 않으려면 특정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연령이 필수적 요소로 인정돼야 하지만 상관관계는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시사오늘>이 만난 인사담당자도 “나이와 직무수행은 관계가 없다”고 인정했다. 오히려 “스펙만 열심히 쌓아서 입사한 어린 직원보다 다양한 경험을 갖춘 나이 많은 직원이 업무 수행도가 더 높은 경우도 있다”고 증언했다. 나이를 채용 기준으로 삼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나이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구직전문사이트 잡코리아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인사담당자들 74%는 신입사원을 뽑을 시 ‘적정연령의 상한선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남자는 31.9세, 여자는 30세 이상이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상한선을 둔다는 기업들은 ‘너무 나이가 많으면 일 시키기가 불편하다’는 이유가 다수였다.   

▲ 기업들의 상·하반기 채용 시기마다 나오는 신입사원 채용관련 통계가 구직자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매해 취업에 실패하며 나이는 들어가는데 인사담당자들은 상대적으로 어린 구직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 뉴시스

그러나 나이는 계속 기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력서에 나이를 기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기업이 나이를 필수 기재 항목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50인 이상 기업 입사지원서에서 생년월일을 기입해야 하는 회사는 전체 중 95%였다. 직원이 1000명 이상인 기업에서 기입요구 비율은 100%라고 답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법을 제정해 나이 차별을 봉쇄했다. 현재 OECD국가 중 이력서에 나이와 관련한 정보(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대만뿐이다. 미국은 1964년 차별금지법(Anti-Discrimination Law) 제정으로 이력서에 나이, 사진, 성별, 인종, 종교, 결혼 여부 등 업무와 상관없는 인적사항을 포함시키지 않도록 했다. 40세 이상 구직자도 차별을 받지 않도록 ‘나이차별금지시행령’도 함께 실행 중이다. 미국 기업 인사담당자는 이력서에 기재된 것 이외의 인적사항을 구직자에게 물어볼 수 없다.

실제로 해외기업은 입사지원서 작성 시 지원자 이름, 이메일 주소,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집 주소 정도만 적도록 권유한다. 학력 기재 시에도 입학연도를 제외하고 졸업연도만 쓰도록 해 입학과 졸업연도를 통한 나이 추측을 막는다.

나이 차별 철폐 '표준이력서' 법제화 추진

우리나라에서도 ‘편견깨기’ 시도가 있었다. 2007년, 고용노동부는 여성 채용 시 용모와 나이를 중시해 차별을 받는다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을 도입했다. 직무와 상관없는 나이 및 성별, 외모 등을 알 수 없는 ‘표준이력서’를 개발해 공공기관과 1000인 이상 대기업에 보급했다. 표준이력서를 도입하면 기존 입사지원서와 다르게 인적사항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 노동부가 제안한 나이 및 성별 기재가 사라진 표준이력서 일부 ⓒ 고용노동부

그러나 표준이력서는 ‘유명무실’했다.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올해 8~9월 채용이력서를 게시한 공공기관 73곳 중 노동부 제시 ‘표준이력서’를 사용한 기관은 한국관광공사 1곳뿐”이라 밝혔다.

이처럼 표준이력서 도입이 지지부진해지자 최근 국회에서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됐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발의한 법안에서 “일부 기업에서 채용 시 별도의 양식을 사용해 채용의 공정성을 해치는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며 “구인자는 표준이력서 사용을 구직자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해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제고하려는 목적”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통과 되면 기업에선 이력서 양식을 표준이력서로 통일해야 한다. 또 직무와 관련 없는 구직자 개인정보를 서류 및 면접에서 질문 할 수 없다.

다만 이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있다.

10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 20대 여성은 “이력서에 기재 항목을 없앤다고 해서 기업들이 외모나 성별, 나이 같은 요소를 안 볼 것 같지 않다”며 “표준이력서를 강제하면 다른 방식으로 확인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채용할 때 직무와 무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건데, 이 법안은 너무 미시적인 해결책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국제부입니다.
좌우명 : 행동하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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