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톺아보기④] 뽑아라, 그러면 지방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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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④] 뽑아라, 그러면 지방에 남을 것이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1.11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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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의원, 해당 지역 대학 출신 쿼터제 법안 발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소속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지난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뉴시스

“LH가 오긴 했는데, 딱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LH (입사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고 공무원 준비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에요. 아니면 직장 찾아서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거나…. 지방대 할당이 있다는 건 아는데, 그거 꼭 채워서 뽑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요? 뽑아도 부산대·경북대 이런 애들 위주로 뽑는 것 같고…. 진주 사람들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네요.”

지난달 경남 진주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한 대학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이전이 지역 인재 취업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LH가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한 133명 중 이전 지역 인재는 13명으로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도 2015년 기준 109개 공기업의 전국평균 지역인재 고용률은 1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역인재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공기업도 17곳이나 됐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방 일자리를 창출,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는 당초 의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뽑으려고 노력하라’는 현행법

이처럼 공공기관이 지역 인재 채용에 소극적인 것은 관련 법안이 미비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현재 지역 이전 공공기관 인재 채용은 지난 2014년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과 올해 9월 1일자로 시행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지역인재 채용을 ‘권고’하는 데 그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 인원의 35% 이상을 지방대학 학생 또는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 채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정해뒀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역시 ‘이전공공기관의 장은 해당 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 소재하는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사람을 우선 고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노력해야 한다’ 혹은 ‘할 수 있다’고 권장할 뿐, 의무 규정은 아니다. 

▲ ‘이전공공기관의 장은 신규 채용인원의 100분의 35 이상을 해당 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 소재하는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사람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들어가는 수정안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김광수 의원, 지역인재 의무채용법안 발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소속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지난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현행법은 이전공공기관을 수용한 혁신도시 내 지역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해당 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 소재하는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우선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해당 규정이 임의사항으로 규정돼 있어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이전공공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신규 채용인원의 100분의 35 이상을 해당 지역인재로 의무 채용토록 하고, 지역인재 채용 현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역인재 채용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수정안이 통과되면,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한 특별법’ 내용은 ‘이전공공기관의 장은 신규 채용인원의 100분의 35 이상을 해당 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 소재하는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사람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뀐다.

격렬한 찬반양론…통과 가능성 미지수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우선 찬성하는 쪽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강행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친노(親盧)’로 분류되는 한 야권 인사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그냥 달랑 건물만 옮겨놓는다고 지방 발전이 되느냐”며 “공기업이 지역인재를 뽑아야 지방대학을 나와도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그래야 우수 인재가 서울로 부산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은 강행 기준이 없어서 이 매커니즘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역차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A 씨는 지난 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로 대학 온 게 무슨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차별을 하려 든다”며 “가뜩이나 경쟁자들이 많은데, 거기서 35%를 지방대 출신에게 할당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발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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