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은 왜 ‘박근혜 탄핵’을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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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은 왜 ‘박근혜 탄핵’을 말했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1.1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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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부각·박근혜 대통령과 선 긋기·지지율 반등 노려…성공 가능성은 미지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 뉴시스

‘무대’가 승부수를 던졌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 직후에는 따로 보도자료를 내 “정치적 역풍만을 계산하며 탄핵 추진을 주저하는 것은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완전히 ‘갈라서기’에 나선 모양새다.

존재감 부각으로 입지 회복 목적

김 전 대표가 야권에서조차 금기(禁忌)시 하는 탄핵 카드를 꺼내들면서까지 강공(强攻)에 나선 데는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에 밀려 있던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 주자 구도는 반 총장을 내세운 친박계와 김 전 대표, 유 의원, 남 지사, 원 지사 등이 경쟁하는 비박계로 나뉘어 있다. 이 중 반 총장을 제외한 비박계 주자들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대통령도 당도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며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했고, 남 지사 역시 “박 대통령은 빨리 2선으로 물러나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몸통은 대통령”이라며 “지금 대통령이 이대로 간다고 해서 수습되지도, 사태가 호전되지도, 국면이 바뀌지도 않는다”고 일갈했다. 심지어 그는 당에 대해서도 “심하게 말하면 공범”이라면서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과 진용 그대로는 국민이 부여한 역할은 끝났다. 간판을 내리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까지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대표가 존재감을 회복하려면 ‘탄핵’이 유일한 카드였다는 진단이다. 야권은 물론 여권 대권 주자들까지 ‘하야(下野)’ 혹은 ‘2선 후퇴’를 촉구하는 지금, 같은 말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시사오늘>과 만난 여권의 한 당직자 역시 “입지에 불안감을 느낀 김 전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책임 회피 전략이라는 시각도

박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긋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난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법 개정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며 박근혜 정부와 보조를 맞춰왔다.

실제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 탄핵이나 퇴진을 요구하려면 본인 책임은 먼저 져야 한다”며 “현재의 헌정문란과 대통령직을 이용한 900억 원대 금품갈취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저지른 것이지만, 그 원인과 뿌리는 새누리당과 두 사람”이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지난 12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김무성 전 대표의 박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기가 대통령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발뺌하는 건 웃긴 일”이라면서 “김 전 대표도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김 전 대표도 현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탄핵이라는 강수를 던져 책임론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12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야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계속 강공을 가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이 박근혜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나는 몰랐다, 나는 무관하다’의 다른 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심 껴안아 지지율 반등시킬까

‘지지율 반등’을 노린 한 수라는 해석도 있다.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한때 20%를 상회했지만,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3.6%까지 수직낙하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은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보다도 낮다.

이렇다 보니 김 전 대표가 여론을 등에 업고 지지율 올리기에 나섰다는 풀이가 설득력을 얻는다. <리얼미터>가 지난 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3%가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있었던 광화문시위에서도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의 인파가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정공백, 역풍(逆風) 등을 우려하며 섣불리 칼을 빼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민심을 온전히 수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태에서 김 전 대표가 ‘국민의 뜻을 받들자’며 탄핵을 외친 것은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원로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는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라 민심을 읽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며”며 “당내 조직이 탄탄한 김 전 대표가 민심을 따라 탄핵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영리한 전략”이라고 칭찬했다.

다만 그는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박근혜 정권 창출 일등공신인 김 전 대표가 이제 와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탄핵을 말한다고 해서 민심이 김 전 대표를 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략적으로는 훌륭한 판단이었을지 모르나,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 탓에 지지율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https://www.nesdc.go.kr/portal/main.do)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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