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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종언]질적성장·공적가치 지향하는 '착한 SOC' 필요성 '대두'
"'top-down'에서 'bottom-up'으로 패러다임 변화해야"
"토목은 공공사업, '公 최우선 기본 원칙' 되새겨야 할 시기"
2016년 11월 18일 (금)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1968년 경인·경수고속도로 개통식에 참석해 도로에 술을 뿌리는 박정희 ⓒ 국가기록원

국내 SOC(사회기반시설) 사업이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정부·대기업 주도의 토목·건설 사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 확산, 박근혜 정부의 지속적인 SOC 예산 축소 영향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성과 위주의 착한 SOC 사업'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대두된다. 양적 성장을 위시한 과거 대규모 토목사업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발맞춘 질적 성장과 SOC 본연의 공적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양' 대신 '효율성' 높여라

최근 정부는 2017년 21조8000억 원, 2018년 20조3000억 원, 2019년 19조3000억 원, 2020년 18조5000억 원으로 SOC 예산을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면적당 인프라 연장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예산 감축의 명분이다. SOC 총량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토면적당 인프라 연장 순위는 G20 국가에서 고속도로 1위, 국도 3위, 철도 6위 등 상위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국토면적과 인구를 고려한 시설물 연장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토계수당 도로연장은 1.48로 집계됐다. 일본(5.79), 독일(3.79), 미국(3.64) 등 선진국 평균 4.15에 비해 월등히 열악하다. 국토계수당 철도 연장 역시 0.05로 선진국 평균 0.13에 크게 못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 SOC가 국민 경제활동과 여가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수준이라는 방증으로 보인다.

이는 1960~90년대 산업화를 압축적으로 이뤘을 때 사업 타당성 평가가 양적 성장에 치우쳤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특정 경제모델에 맞춰 위에서부터 아래로 투자규모를 판단하다보니, 인프라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MB 정부의 4대강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기조는 환경오염, 예산낭비, 사회적 갈등 등을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SOC 사업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SOC 사업 방향을 개선해야 할 시기라는 말이 나온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아래서부터 위로' 투자규모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수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4일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파악된 부족 분야에 투자 재원을 배분(bottom-up)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전기 자동차·스마트그리드·스마트시티(ICT 인프라) 신기술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SOC 사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나쁜 토목'은 가라…'작은 토목'·'좋은 토목' 지향해야

또한 SOC의 공적 가치를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SOC 사업의 타당성 평가가 양적 성장에 쏠렸던 이유가 정부-대기업 간 정경유착,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선거 공약에 있다는 것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슈페이퍼를 통해 "사회기반시설은 공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불행히도 우리사회에서 사라졌다"며 "공공을 위한 허명으로 포장된 그간의 각종 사업은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건설업계와 정치권의 합작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타당성이 부족한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것은 '나쁜 토목'이다. 이제는 필요한 부분만 늘리는 '작은 토목'과 '좋은 토목'을 지향해야 한다"며 "토목사업은 공공사업이다. 말 그대로 공(公)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8월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4대강사업 금강 현장을 항공촬영한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그러면서 박 교수는 작은 토목과 좋은 토목이 대규모 토목사업보다 효율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고 역설했다.

그는 "요새 농촌에 가면 20~100가구가 모여 산다. 정부는 이 같은 작은 마을들을 하나로 묶어 큰 댐을 건설해 물을 공급하겠다는 방식을 고수했다"며 "그 자체가 무리한 계획인 데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 나쁜 토목을 지향하면 토목 분야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1000억 원짜리 사업은 관리하기 쉽지만 보통 기계를 동원하기 때문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적을 수밖에 없다"며 "반면 100억 원짜리 사업 10개를 하면 같은 돈으로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좋은 토목과 나쁜 토목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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