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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은 스러져도 기업은 죽지 않는다
<기자수첩>'재벌봐주기' 논란에 휩싸인 검찰, 공명정대한 수사를 기대한다
2016년 11월 21일 (월)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지난 20일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에 대해 "명백하게 강요나 직권남용에 의한 것"이라며 대가성·뇌물성이 없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했다. 이들도 피해자라는 것이다.

물론,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기금 외에 자금을 최순실 씨 등 이번 파문 관계자에게 송금했거나 요구 받은 대기업들에 대한 후속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또다시 '재벌봐주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속출하는 눈치다. 그 배경에는 '정권은 스러져도 기업은 죽지 않았던', 과거 대형 정경유착 사건들의 '수상한 결말'에 따른 학습효과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 제1의 대기업 삼성그룹이다.

박정희 정권이 5·16 군사쿠데타 직후 설립한 부정축재처리위원회는 故 이병철 회장이 불법정치자금 4억2500만 환을 자유당 이승만 정권에 제공하고, 33억501만7931만 환 가량의 조세를 포탈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이병철 회장에게 별도의 형사처벌을 하지 않았고, 되레 삼성과 '사카린 밀수 사건' 등 정경유착을 공모하기에 이른다.

또한 삼성은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전두환 정권에 총 22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넸다. 대가성이 농후한 뇌물이었다. 기업 경영에 용이한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당시 정권에 요청한 것이다. 이때는 이병철 회장이 작고하면서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병철 회장의 후계자 이건희 회장은 노태우 정권에게 250억 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를 해 달라는 게 목적이었다. 이후 들어선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이 같은 뇌물 공여 혐의를 포착하고 이건희 회장을 기소했으나, 그는 1996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으면서 사실상 실형을 면했다. 그리고 1997년 사면됐다.

삼성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각 캠프에 총 385억4000만 원 가량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넸다. 하지만 검찰은 불법정치자금의 출처가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그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했다. 또한 횡령·배임죄에 대해서도 수사하지 않았다.

또한 이건희 회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시절인 2009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고, 4개월 뒤에 사면됐다. 이 판결이 있기 6개월 정도 앞서 삼성은 MB 정권의 '달러 모으기' 운동에 화답하듯, 천문학적인 규모의 외환을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해당 사건을 맡았던 조준웅 특별검사의 아들은 2012년 삼성에 특채 입사했다.

삼성 외에도 현대그룹(현 현대/현대자동차), LG그룹(옛 럭키금성) 등 국내 굴지의 재벌대기업들이 역대 정권과 정경유착 의혹의 중심에 있었지만, 아예 검찰로부터 기소 당하지 않거나, 실형을 면했다. 그리고 대부분 사면·복권됐다.

지금 국민들은 앞서 열거한 사례처럼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이 검찰의 '재벌봐주기'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깊다. 더욱이 검찰은 지난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이 같은 국민적 우려를 가중시켰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키는 '재벌봐주기' 논란을 키운 검찰 스스로가 쥐고 있다. 다행히 검찰은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뇌물죄 혐의에 대한 수사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2~3주라는 적잖은 시간이 남아있다. 특검도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모쪼록 검찰이 공명정대한 수사를 통해 이번 파문의 핵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경유착 의혹을 낱낱이 밝혀주길 바란다. 국민들이 검찰에 허락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검찰이 '재벌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사상 초유의 정경유착 의혹이 과거와 같이 유야무야 될까 걱정하는 눈치다 ⓒ 네이버 댓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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