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초읽기…결정까지 멀고 험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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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초읽기…결정까지 멀고 험한 길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1.2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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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가능성 높아…헌법재판소 결정이 관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임명하는 헌법재판관 구성이 탄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0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2명이 탄핵절차 착수에 동의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도 지난 21일 일제히 박 대통령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로써 정치권은 2004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탄핵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리 헌법 제65조 제2항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113조 제1항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해뒀다. 일차적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야 하며,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득(得)해야 대통령에게 위임했던 권한을 국민이 되찾아올 수 있다.

우선 1차 관문인 국회 통과 확률은 높은 편이다. 현재 야당 의원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수를 합치면 171명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 20일 탄핵절차 착수에 동의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2명을 더하면 203명이 된다. 가결 필요 정족수인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200명을 넘는다. 또한 여론을 고려하면 탄핵안 부결이 새누리당에게 상상 이상의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내에서 추가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헌법재판소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따르면,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했을 때만 사건을 심리하게 돼있다. 그런데 내년 1월에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내년 3월에는 이정미 헌법재판관 임기가 만료된다. 재판관 9명 중 7명만 남게 되는 셈이다. 만약 여기서 한 명이라도 심리를 거부하고 사퇴하면,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 자체를 할 수 없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헌법재판소법에 보면 의결정족수도 나와 있지만 심리를 하기 위한 정족수도 나와 있다”며 “심리를 해나가는 데는 7명 이상이어야지 그 이하가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재판관 중에는 그럴 분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탄핵을 막아내야겠다는 소신을 가진 재판관이 사퇴를 해버리면 헌재는 식물헌재가 되고, 표결조차 못 한다”고 설명했다.

7명 정족수를 채워 심리에 들어가더라도, 7명 중 6명이 탄핵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 제6조는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 경우 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있는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고, 국회에서 선출된 3명 중에도 여당 몫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9명 중 7~8명이 보수 성향이다.

이런 이유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에서 탄핵을 유도하지 않느냐”며 “박 대통령의 덫에 걸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탄핵 결정이 되려면) 6명이 인용을 해야 하는데 1명만 야당 추천”이라면서 헌법재판관 구성상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관이 법리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서 여론의 영향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작용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아주 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듯, 헌법재판관들도 똑같다”며 “공직자들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본분”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시사오늘〉과 만난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탄핵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지금 정도 (제기된) 혐의나 여론이라면 헌법재판소도 기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문가들 의견도 청취하고 있는데, 대부분 탄핵 결정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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