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프리카 출신 천재 재즈 뮤지션 '리차드 보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칼럼] 아프리카 출신 천재 재즈 뮤지션 '리차드 보나'
  •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1.23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5)>장르 넘나드는 '팔색조 매력'으로 아프리카 노래하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아프리카 출신 재즈 뮤지션 '리차드 보나'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기상천외한 악기를 만들다

음악가들은 어려서부터 집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성장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명작을 남긴 유명한 고전음악가 들도 대부분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천재 소리를 들으며 성장하였고, 후일 당대 최고의 음악가가 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중음악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훨씬 더 일찍 음악을 듣고 자라기 때문에 음감이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음악가는 서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의 퓨전 재즈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리차드 보나(Richard Bona)다. 앞서 잠깐 언급한대로 리차드 보나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그 역시 음악인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음악과 친숙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그리오(Griot : 민족의 구비 설화를 노래하거나 이야기로 들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 출신이면서 타악기 연주자이기도 했다. 또 어머니는 가수였다. 때문에 그는 4살 때 발라퐁(Balafon :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 일종인 대형 실로폰)을 배웠고, 5살 때 동네 교회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무지하게 잘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꼬마가 좀 연주를 잘한다고 하니 한두 번 시켜본 것 아닐까 싶다. 물론 속담에 ‘크게 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리차드 보나도 그 수준은 된 것 같다. 하지만 누구든 커서 유명해지면 어릴 때 이야기는 각종 양념과 조미료가 첨가되어 천하의 둘도 없는 천재인양 포장되고 각색되기 마련이다.

기록을 보면, 리차드 보나의 집안은 음악가 집안이기는 했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어서 악기를 사줄 형편은 못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여러 가지 악기를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주로 만든 것은 대롱에 구멍을 뚫어 쉽게 만들 수 있는 플롯의 사돈의 팔촌 쯤 되는 악기와, 울림통에다 그저 단단한 줄을 매다는 네안데르탈 형 기타였다. 기타는 오토바이의 연료 탱크에 자전거 브레이크 줄을 달아서 만든 기상천외한 것을 만들었던 듯하다. 아무튼 만든 악기가 어떻게 생겼든 간에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감성만큼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하기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축구나 음악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특별히 문학, 철학, 역사 또는 깊은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 리차드 보나는 1967년 생으로 카메룬의 내륙지역 도시 민타(Minta) 출신이다.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새우(蝦) 공화국

리차드 보나는 1967년 생으로 카메룬의 내륙지역 도시 민타(Minta) 출신이다. 본래 이름은 Bona Pinder Yayumayalolo 로 우리에게는 읽기도 좀 힘든 이름이다. 리차드 보나가 태어난 민타는 식민지 시대(카메룬은 동서로 쪼개서 프랑스와 영국이 식민지로 지배했다) 수도로서 지금도 카메룬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새우 교역으로도 유명한 곳이다(현재 카메룬의 수도는 야윤대). 재미있는 것은 카메룬이라는 국가 명칭이 포르투갈어로 새우라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점이다. 1472년 포르투갈의 항해사 페르난도 포(Fernado Po)가 카메룬의 해안가로 이어지는 한 강어귀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 새우(포르투갈어로 Camares)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그 강을 ‘카마롱이스강(江)’이라고 불렀고, 이후 국가 이름 카메룬이 된 것이다. 결국 카메룬공화국을 포르투갈어로 해석하자면 새우공화국인 셈이다.

카메룬의 지형은 사진 위에 그려진 국기 형태와 같으며, 서아프리카 중부 기니만(灣) 연안에 위치해 있다. 서쪽으로 나이지리아, 동쪽으로 차드 및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쪽으로는 콩고·가봉·적도기니의 3국과 국경을 접한다. 국기는 녹색과 붉은색, 그리고 노란색의 3색 위에 커다란 왕별이 하나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대체로 국기에 왕별이 하나 있는 나라는 좀 더 자연친화적인 국가가 많다. 가나, 기니비사우, 라이베리아, 베트남, 북한, 수리남, 세네갈, 알제리, 중앙아프리카, 지부티, 짐바브웨, 칠레, 카메룬, 터키, 토고, 튀니지, 파키스탄 등이 여기 해당되는데, 이 나라들은 밤이 유난히 어둡기 때문에 별이 엄청나게 밝아 보여서 국기에 왕별을 하나씩 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친화적’이라는 것을 나쁜 말로 표현하면 ‘문명화(Civilize)가 좀 덜 진행된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골프장도 마찬가지이다. 골프 코스 공사비를 대폭 줄여서 페어웨이를 10센티미터만 벗어나면 모두 정글이거나 낭떠러지 또는 늪이 있는 곳이 있다. 이런 것을 자신들은 ‘자연친화적 골프장’ ‘친환경 골프장’이라고 개뻥을 치는 사례가 허다하다. 자연친화 좋아하다가는 골프공을 한 박스씩 잃어버린다. 그런데 이야기 하다가 자꾸 딴 데로 간다. 

▲ 베이스 기타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베이스 기타에 눈을 뜨다

한편 리차드 보나는 13살 되던 해 Douala 지방의 어느 프렌치 재즈클럽의 단원이 되었는데, 이때 클럽 주인의 도움으로 재즈에 눈을 뜨게 되었다. 특히나 미국 출신의 당대 최고 베이스 기타리스트 자코 패스토리우스(Jaco Pastorius : 1951년 12월 1일 미국 출생 - 1987년 9월 21일 사망) 연주 음반을 듣고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때문에 보나는 주로 베이스 기타 연주에 몰두하게 되었고, 이른바 전공이 베이스기타가 되어 결국 지금은 베이스 기타리스트로 분류된다. 사실 베이스 기타리스트는 ‘베이시스트’라고 호칭해야 맞는다. 그런데 베이시스트라고 하면 마치 ‘땅 바닥에 깔린 사람’ 쯤으로 느껴져서 어째 좀 그렇게 부르는데 익숙하지가 않다. 아무튼 리차드 보나는 재즈 작곡가이면서 직접 노래도 부르고 또 각종의 악기도 연주한다. 연주 악기로는 키보드, 베이스 기타는 물론 콘트라 베이스, 타악기, 기타, 서아프리카 전통 실로폰 등 아주 다양하다.

리차드 보나는 22세가 되던 해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독일 뒤셀도르프로 이민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음악 공부를 계속하지만 곧 프랑스로 다시 이주하여 음악 공부는 물론 재즈 클럽에서 아프리카 출신 Manu Dibango, Salif Keita 등과 연주도 한다. 뿐만 아니라 Jacques Higelin, Didier Lockwood 등과 같은 선구적이면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재즈 뮤지션들과도 함께 연주를 한다. 1995년 그는 한 플롯 연주자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떠나 미국 뉴욕에 정착하게 된다. 현재까지도 그는 뉴욕에 살며 Joe Zawinul, Larry Coryell, Michael and Randy Brecker, Mike Stern, George Benson, Branford Marsalis, Chaka Khan, Bobby McFerrin, Steve Gadd 등과 같은 뮤지션들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 나열한 많은 재즈 뮤지션 중에, 잘 알려진 조 자비눌, 조지 벤슨 같은 뮤지션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필자도 재즈 전문가가 아니라서 솔직히 잘 모른다.

리차드 보나는 1998년 그 유명한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의 유럽 투어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Pat Metheny Group에 소속되어 있으며, 뉴욕대학에서 재즈를 가르치는 교수이가도 하다. 완전 개천에서 용난거다.

리차드 보나는 우리나라에는 3번 다녀갔다. 2005년과 2015년에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2008년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아람누리 콘서트를 가졌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에는 아시아나 항공사와 악기의 기내 반입과 관련해서 작은 마찰도 빚어져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 리차드 보나 '리버런스' 음반 표지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아프리카를 이야기하는 노래들

발매한 음반은 정규 앨범만 대여섯 장(‘Scenes from My Life’, ‘Reverence’, ‘Munia’, ‘Tiki’, 'The Ten Shades Of Blues', 'Spit My Last Breast')되는데 이 가운데 추천하고 싶은 것은 '리버런스(Reverence)'라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기도(Invocation)로 시작한다. 반주도 없는 조용한 기도가 내면의 울림을 노래로 전해준다. 두 번째 트랙의 BISSO BABA(항상 함께), 세 번째 트랙의 SUNINGA(언제 당신을 볼 수 있을까), 네 번째 트랙의 EKWA MAWATO는 꼭 들어보시라 권한다. 이게 정말 재즈인가 하고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이외에도 수록된 12곡이 모두 나름 재미있다. 노래를 부른 언어는 카메룬어를 비롯해서 카메룬 공용어인 영어(현지 통용율 20%), 불어(현지 통용율 80%) 등이다. 그런데 카메룬에는 피진(Pidgin)어, 풀풀데(Fulfulde)어, 에원도(Ewondo)어를 포함한 270개 아프리카 토속어와 사투리가 사용되고 있어서 그 중에 어떤 말을 사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가 태어난 Minta 지역과, 청소년기를 보냈던 Douala 지역에서 사용되는 카메룬어일 가능성이 높다. 언제 그를 만나면 한번 물어볼 셈이다. 이 음반의 표제와 동일한 곡은 여섯 번째 트랙에 들어있는데, 내용은 모세의 기적 이야기 ‘출애굽기’이다. 제목과 내용은 거창한데 곡과 느낌 모두 뭐 그다지 거창하지 않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리차드 보나가 분류상으로는 재즈 베이시스트이기는 하지만 그의 음악은 재즈와 베이스 기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구체적인 분류로 애시드 재즈(Acid Jazz : 퓨전 재즈에 힙합이 결합한 재즈로 ‘어번 재즈’라고도 함)이기는 하여도 실제로는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깊이있고 스토리텔링이 있는 노래를 작곡하고 또 들려준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물론 감성적이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남들은 하나하기도 어려운데, 그는 여러 가지를 다 잘 하니까 몰래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좀 얄미운 뮤지션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가 리차드 보나를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양성과 깊이가 뮤지션에게는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이와 비교해서 우리나라는 지금 어떨까? 어느 대중음악 평론가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대해서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지금 흥행하는 노래들 대부분의 가사는 안무와 멜로디에 종속돼 있다. 의미 없는 단어들의 나열과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 반복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 히트곡의 문법들을 짜깁기하는 것이 '히트곡 제조'의 주 공정(工程)이다 보니 노랫말은 맨 나중에 허드렛일처럼 붙인다. 그런 노래들이 마음의 가야금 줄을 울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대중음악은 너무 깊이 멍들고 있다.”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