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부는 '기업 쪼개기' 바람…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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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 부는 '기업 쪼개기' 바람…속내는?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11.23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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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지배력 강화·과세혜택 노림수 의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지난 22일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에만 4군데 식품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

식품업계에 ‘기업 쪼개기’ 바람이 불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나선 기업들은 사업 효율성, 책임경영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지배력 강화·과세 혜택 등 더욱 복잡한 속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샘표, 크라운제과, 매일유업, 오리온 등이 지주사 체제 계획을 발표했다. 오리온그룹은 오리온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보통주식 1주를 10주로 액면분할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오리온은 기업분할을 통해 오리온(가칭)을 식품 제조와 관련 제품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회사로 신설하고, 존속법인은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가칭)로 전환한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은 0.34대 0.66 수준이며 분할 기일은 오는 2017년 6월 1일이다. 

매일유업도 같은날 지주사인 ‘매일홀딩스(가칭)’와 유가공 사업부문 신설회사 ‘매일유업(가칭)’으로 인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분할 비율은 0.47대 0.53이다. 회사 분할 후 매일유업은 낙농품·음료 제조판매, 상품 수입판매 등을 담당한다. 매일홀딩스는 외식업과 계열사 관리, 그룹 투자 등을 맡는다. 

앞서 크라운제과는 지난달 식품사업부문을 분할해 ‘크라운제과’를 신설하고 존속하는 투자사업부문을 지주회사 ‘크라운해태홀딩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분할기일은 오는 2017년 3월 1일이다. 

지난 7월에는 샘표도 지주회사 체제로 변경했다. 샘표가 지주사를 맡고 기존 식품사업 부문은 ‘샘표식품’으로 분할된다. 

각 기업 측이 내세운 지주사 전환 명분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사업 효율성 제고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의사결정체계 확립을 통해 조직 효율성을 증대할 것”이라며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의 지주사 체제에 관한 증권가 전망도 밝다. 오리온과 매일유업 주가는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다음날인 23일 강세를 보였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은 향후 주주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존속지주회사는 신설사업회사 보유 지분, 기존 영상 사업 확장성, 신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인해 전체 주주가치에 플러스 알파 요인이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하면 지주사는 상장 회사의 20%,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 40%를 보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너들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내주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아오는 현물출자나 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자회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강화된다. 

이와 함께 내년 7월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돼 기업의 지주사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는 풀이다. 바뀐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경우 지주회사의 자산 기준은 현행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높아진다. 

동시에 법이 바뀔 경우 기업이 지주사 전환 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사라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현물출자나 주식교환을 할 경우 양도세 과세 시점이 늦춰진다.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회사 지분을 매입할 시에는 취득세도 면제된다. 

최근 야당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는 점도 맥락을 같이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지주회사 설립목적의 인적분할시 자기주식 처분을 강제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하고, 자기주식에 대해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것에 양도소득세를 적용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업 분할이나 분할 합병 시 기업이 원래 보유하던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회에서의 논의가 최근 인적분할 확산을 촉발한 원인으로 생각된다”며 “발의된 법안이 제도화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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