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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별곡②]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막힌 20대…결혼은 ‘두려운 먼 미래’
2016년 11월 26일 (토) 안지예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 20대가 바라보는 결혼은 막막하기만 한 먼 미래다. ⓒPixabay

흔히 ‘대학 입시-취업-결혼-출산-육아’는 한국 사회에서 밟아야하는 정상적인 삶의 수순으로 여겨진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착실하게 앞선 수순을 밟은 20대들은 결혼이라는 문턱 앞에서 이 수순을 따라야하는지 처음으로 고민에 빠진다. ‘미친 집값’과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현실 앞에서 20대에게 결혼은 막막하고 두려운 훗날이다. <시사오늘>이 만난 20대 남녀가 꼽은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젊은이들에게 먼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공통적이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한숨만
박준호(가명·28·남성)

박씨는 20대에 결혼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한 취업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입사 평균 연령은 28세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점점 취업이 늦어지는 추세에 남성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그만큼 남성들의 부담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결혼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값을 20대 혼자 힘으로 마련하기도 불가능하다.

박씨는 “현실적으로 결혼자금이 없지 않나. 가진 돈도, 모아둔 돈도 없다. 회사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답은 같았다”면서 “‘여자친구가 있어야 결혼하지’라는 대답은 의외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바로 대기업에 취업해 또래보다 비교적 연차가 쌓인 편이지만 벌써 대출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얼마 전까지 지내던 회사 기숙사에서 나오게 되면서 강남에서 누나와 자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방을 구하면서 내 이름으로 대출을 1억원 가까이 했는데 ‘우리나라 집값이 정말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라며 “주변에 보면 직장이 아무리 멀어도 다들 웬만하면 독립 안하고 부모님이랑 살면서 돈 모으는 사람이 많다”고 피력했다.

또 “결혼자금이라는 건 결국 신혼집 마련에 쓰이는 돈이 대부분인데 20대에 부모님 도움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도 20대에 결혼하려면 대출은 필수일 수밖에 없고 결혼과 동시에 빚갚는 삶이 시작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씨는 “아는 형도 얼마 전에 결혼을 했는데 집 매매가 2억4000만원 중 부모님이 1억4000만원을 해주시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빌렸다고 했다”며 “그밖에 필요한 자금과 신혼여행비는 여자친구와 모아서 했다는데 솔직히 집값만 아니어도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탄했다.

“결혼 후 일·가정 양립 가능할까” 암담
서윤지(가명·27세·여)

박씨가 결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미친 집값에 열을 올렸다면 20대 여성 서씨의 고민은 조금 달랐다. 사회초년생인 서씨는 결혼 후 닥칠 일·가정 양립의 현실 앞에서 이미 암담함을 느끼고 있다. 서씨는 서울 4년제 대학교를 나와 2년에 가까운 준비 끝에 어렵게 언론사 취업에 성공했지만 결혼한 여자 선배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서씨는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이 최소 12시간 이상이다. 하루하루 기계처럼 돌아가는 느낌이고 이렇게 살려고 그동안 공부했나 싶다”면서 “다시 입사 시험을 준비해 좀 더 나은 환경의 직장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변에 날고 긴다는 친구들도 몇 년째 낙방 소식이 들려오니 그마저도 결단이 힘들다. 요즘은 해외 대학원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평소 개인 시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서씨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과연 직장을 다니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일 욕심이 많은 서씨에게 결혼은 경력단절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어느 순간 보니 회사 내에 결혼하고 계속 일을 하는 여자 선배가 단 한명도 없더라”며 “다들 경제력 있는 남편과 결혼해서 가정에 집중한다고 하던데 그게 내 미래일까봐 너무 무섭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환경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좋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있다. 서씨는 상대방에 대해 확신을 갖고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한 마음이 든다. 현재 1년 정도 만난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에 대한 확신은 아직 들지 않는다.

서씨는 “직장인이 되니 학생일 때 연애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학생 때는 분명 ‘소개팅’이었는데 요즘은 드라마에 나오는 ‘선’을 내가 보고 있었다”라며 “한 번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부모님 직업을 물어보고 본인이 끌고 온 차 종류를 이야기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허세처럼 느껴져 불편하고 싫었다”고 전했다.

또 “전엔 잘 몰랐는데 유흥업소에 드나드는 남자도 많은 것 같다. 그런 사람과 결혼해서 마음고생 할 바엔 혼자 사는 게 낫다”면서 “돈 많은 남자보다는 소소하게 취미 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착한 사람을 찾고 싶은데 내가 너무 이상적인 건가 싶기도 하다”고 씁쓸해했다.

안지예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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