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경영권 승계' 발목 잡힌 삼성…치고 나가는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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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경영권 승계' 발목 잡힌 삼성…치고 나가는 LG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2.0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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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대한민국 재계의 영원한 라이벌 삼성그룹과 LG(엘지)그룹이 최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각 사(社) CI

우리나라 재계의 영원한 맞수 삼성그룹과 LG그룹(엘지그룹)이 최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등으로 삼성의 발이 묶인 사이, LG는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밑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눈치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과 LG의 향방이 내년에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두 대기업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 LG전자의 내부 분위기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내우외환' 빠진 삼성…"8년 전보다 더 힘들다"

최근 국내 재계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정경유착 의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통 뒤숭숭한 모양새다. 특히 오는 6일로 예정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9명의 총수가 속한 대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 대기업 중에서도 여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최다 기금을 출연했고, 승마선수인 최순실 씨 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삼성이 이에 따른 대가성 있는 특혜를 현 정권으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국 영향으로 삼성은 중요한 기로에서 발목이 잡힌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에 따른 기업 이미지·제품 신뢰도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2017년도 청사진을 준비해야 할 연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당초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를 계기로 이번 달 초에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파문 영향으로 삼성의 쇄신 인사는 최대 내년 봄까지 연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당장 회사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긴 것이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지난달 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검찰 ⓒ 뉴시스

문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큰 산을 하나 넘더라도 또 하나의 거대한 산이 삼성 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맞물린 지배구조 재편 이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인적분할-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했다. 당시 삼성 측은 "앞으로 6개월 정도의 검토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의 개인적 편의 외에는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안으로 내년 1~2분기가 낭비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한 차장급 관계자는 2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시사오늘>과 만나 "솔직히 말하면 8년 전(이건희 회장 비자금 의혹 당시)보다 더 힘들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안 되는 분위기"라며 "밑에서는 고군분투하는데 위에서 자꾸만 문제가 생긴다는 박탈감이 상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고진감래' 꿈꾸는 LG…"어렵지만 해볼 만하다"

LG는 올해 G5, V20 등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 모바일 부문에서 참패, 위기에 빠졌다. 또한 최근에는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자동차전장사업 부문에서도 미국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의 맹추격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하지만 LG는 '고진감래'를 꿈꾸는 눈치다. LG는 지난 1일 국내 4대 그룹사(社) 중 처음으로 2017년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깊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SK 등 타 기업들에 비해, LG는 상대적으로 이번 파문에서 자유롭기 때문으로 보인다.

▲ LG(엘지)그룹은 지난 1일 국내 4대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17년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 LG그룹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그룹 핵심 계열사 LG전자다. LG전자는 2016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조성진 H&A(생활가전)사업본부장 사장을 부회장으로 임명,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조 부회장은 용산공업고등학교를 나온 고졸 공학도로, 1976년 LG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 세탁기, 6모션 세탁기,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트윈워시 세탁기, 얼음정수기 냉장고, 360도 공기청정기 등 혁신·창의적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은 현장 전문가다.

탄탄한 기술력과 전문 지식을 갖춘 조 부회장을 앞세워 회사를 바로잡겠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삼성그룹과는 달리 LG는 경영권 승계 리스크에서도 당분간 자유로울 전망이다. 구인회-구자경에 이은 구본무, 구본준 등 3세 경영인들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전자의 한 선임연구원은 2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것도 소 뒷걸음질 치다가 잡은 게 아니냐"며 "여전히 우리에게 불리한 시장 환경이지만 내년에는 해볼만하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삼성 측이 아닌 하만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전장 사업 부문 마녜티 마렐리의 인수를 모색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2017년 삼성과 LG의 라이벌 구도가 크게 요동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래 삼성이 앞서 나가면 LG가 뒤늦게 따라가는 구도였으나, 이번에는 좀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삼성이 정체돼 있는 틈에 LG가 먼저 치고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내년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다. 정치권의 재벌개혁 구호 타깃은 어쩔 수 없이 삼성일 수밖에 없다. 최순실 게이트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가 맞물려 어느 때보다 삼성을 향한 압박이 클 것"이라며 "1등의 위기는 2~3등에게 기회다. 물론 LG도 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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