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슈퍼예산통과] ‘박근혜노믹스’ 추진동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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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슈퍼예산통과] ‘박근혜노믹스’ 추진동력 상실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6.12.0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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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법인세 합의…탄핵 가결시 증세없는 복지 후퇴 불가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내년도 400조 원 슈퍼예산안이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가 막판 진통을 겪긴 했으나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 24개 법안을 모두 의결했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법인세·소득세 증세’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편성’에 대한 여야의 합의안에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여야가 정부를 상대로 협공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나타났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고 400조 5495억원 규모의 2017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정부안에서 5조 4170억원이 증액된 금액이자 5조 5675억원이 감액된 결과다.

예산안 처리에 앞서 국회는 세입예산부수법률안에 해당하는 세법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세입예산부수법률안은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증여세법 등이다.

▲ 내년도 400조 슈퍼예산안이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했다.ⓒ뉴시스

◇ 과거 예산안 처리와 달라…與·野 VS 정부 대치”

이번 2017년도 예산안 통과는 과거 여야가 벼랑 끝 정쟁을 하던 예년과는 달랐다. 올해 예산안과 세법 처리는 불투명했었다. 여소야대 구도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처리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일 새누리당 김광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요구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는 법인세 인상 추진을 반대하는 여당의 입장과 부자증세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화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절충한 합의안이었다.

그동안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하면서 ‘법인세·소득세 인상’과 ‘누리과정’에 대한 중앙정부 예산 지원 등을 놓고 대치했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당론으로 정했고, 누리과정에도 중앙정부의 일반 예산을 최대 1조 9000억원이 투입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가 야권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여소야대 정국’에서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해 중앙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지원 여부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여야는 이미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정부가 이를 반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됐다.

이와 관련 <시사오늘>과 이날 통화한 야당의 핵심 관계자는 "여야가 '최순실 사태'로 정국이 혼란한 상황임에도 내년도 예산안은 정상 처리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기한 내 처리될 수 있었다"며 "예산과 세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촛불민심이 국회로 향할 수도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누리과정 8600억 확보…사실상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절반씩 부담

그동안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해 정부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8600억원의 예산을 직접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재원은 교육세 징수액 중 예산에서 정한 금액만큼 일반회계 전입금에서 부담하게 됐다. 따라서 매년 미봉책으로 편성됐던 누리과정 예산을 한시적으로나마 안정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초 야당은 정부 일반회계에서 2조원 정도의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주장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1조원 정도로 줄였다. 나머지 1조원에 대해서는 지방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즉 여야의 절충을 통해 사실상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으로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최종적으로 86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와 함께 안정적 제도 근거 마련을 위해 패키지로 발의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법안도 함께 가결됐다.

▲ 내년도 400조 슈퍼예산안이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했다.ⓒ뉴시스

◇ 법인세 현행 유지…소득세율 최고구간 신설, 부자증세 관철

누리과정 예산과 함께 또 다른 핵심 쟁점이었던 소득세 증세, 일명 ‘부자증세’도 관철됐다.

소득세율 최고구간은 기존 38%에서 40%까지 늘리고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약 4만 6000여명이 평균 1300만원 가량 세금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법인세율 인상은 현행대로 22%를 유지하기로 했다.

야권은 법인세율을 최고 25%까지 인상할 것을 주장해왔지만 최저한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의견을 고려해 현행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 최저한세율은 세금 감면·공제를 많이 받더라도 최소한으로 내야하는 세율을 말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저한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수 천 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대기업의 연구·개발 비용 등에 적용하던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 법인세율 인상을 대체하기로 했다. 대기업 연구개발비용 세액 공제율은 지출액의 2~3%, 전년 대비 당해 연구개발 지출액 증가분의 40%에서 1~3% 또는 지출액 증가분의 30%로 낮아진다. 신 성장 기술 사업화 시설 투자 시 제공하는 세액 공제 혜택도 2018년 말까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각각 공제율 7%, 8%를 적용하던 것을 5%, 7%로 낮췄다.

◇ ‘박근혜노믹스’ 추진동력 상실…‘증세 없는 복지’ 후퇴?

400조 슈퍼예산의 국회 통과로 ‘근혜노믹스’의 정책이 하나씩 철회되는 모양새다. 국정 운영 초기부터 주장한 ‘증세없는 복지’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상당부분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내 주력한 창조경제·문화융성 역점사업 예산도 대부분 감액되면서 동력을 잃게 됐다.

일각에선 특히 국회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여야 합의는 박근혜 정부의 재정운용 원칙을 깬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근혜노믹스’의 원칙인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같은 증세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에 반(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의 원칙과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인식 아래 비과세·감면의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재정과 통화확대, 규제완화, 투자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중대기로에 봉착했다.

예산·세법 협상에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원칙이 허물어지면서 향후 주요 경제법안 협상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에서는 정부의 역점 사업을 이행하기 위한 법안들이 다수 제출된 상태다.

기재위에는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상정돼 법안 심사를 받고 있다.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법은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나서서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지만 재벌 특혜 논란이나 최순실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후순위로 밀렸다.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관세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도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기존 정책기조와 궤를 같이 하는 경제법안의 추진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통과에 대해 5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추세에 맞게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박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자꾸 지지부진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만약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경우 사실상 국정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경제정책도 정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이번 예산안 타결에서도 쟁점에 대한 갈등이 첨예해 법정시한 내 타결이 힘들 것으로 예정됐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부가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접점을 찾아 타협하면서 서로에게 플러스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며 “특히 내년에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정치일정을 고려해 바로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집행 준비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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