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3세 자살,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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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3세 자살, 대체 왜?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8.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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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롯데 등 자제들 자살에 망연자실…편한 친구 없어 외로움 키워
삼성가에 또다시 비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난 2005년 11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 고 이윤형씨가 26세의 꽃다운 나이로 미국 유학 중 사망한데 이어 18일 오전 삼성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의 손자 이재찬씨가 숨진채 발견된 것. 
 
윤형씨에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재찬씨.
 
그는 지난 2000년 새한미디어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최근까지 정확한 근황이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자신을 숨겨왔다.
 
더우기 최근 5년간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이 아파트 5층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재찬씨의 정확한 자살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같은 이유로 우울증에 의한 자살가능성을 추정하는 지인들이 많다.  
 
삼성그룹의 분리후 유일하게 부도라는 직격탄을 맞았던 비운의 황태자로서 새한그룹의 해체를 지켜봐야 했던 이씨.
 
여기에 사리분별이 똑 부러졌다는 이씨의 품성을 볼 때 그룹 해체로 인해 더이상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없는 상실감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낟.
 
연이은 삼성家 3세들의 비보. 하지만 이는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990년과 2003년, 현대家 역시 두차례나 3세들의 자살소식에 망연자실했다.  
 
1990년 4월 정주영 회장의 4남 정몽우 전 현대 알미늄 회장이 45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03년 8월에는 정주영 회장의 5남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자살했다.
 
몽우씨는 당시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서울 강남 역삼동 모 호텔에서 음독자살한 것으로 밝혀졌고, 몽헌씨는 '현대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던 도중 서울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
 
롯데家 역시 2005년 6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구 롯데우유) 회장의 장남 신동학씨가 37세의 일기로 태국에서 실족사 했다.
 
폭력, 마약 등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롯데가의 악동'으로 소문난 동학씨의 죽음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롯데안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얻지 못해 자살했다는 추정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든걸 다 갖춘 재벌가에서 태어나 자살을 택한 이들, 비운의 재벌 2, 3세들. 그들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친한 친구, 혹은 가족에게 잠시마나 기댈 순 없었을까.
 
한국자살예방협회의 홍보위원이자 서울대학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윤대현 교수는 "재벌들의 경우 사회적 위치가 높으면 높을 수록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 정서적으로는 거꾸로 소외계층이 되기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인 정서적 소셜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않을 경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돌파구가 없다"며 "특히 재벌 2, 3세의 경우는 어렸을적 부터 특수 계층에서 지내기 때문에 편한 친구를 갖기가 더더욱 힘들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등에 엎고 재계 사교계를 휩쓸고 다녔을 그들이지만, 정작 힘들 때 기댈 친구가 없었던 것일까. 그 어느 때 보다 '재벌'이라는 단어가 고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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