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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⑥]CCTV, 방범용으로만 쓸 수 있을까?
진선미 의원, CCTV 악용한 근로자 인권침해 금지 법안 발의
2016년 12월 08일 (목)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11월 22일 CCTV를 악용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뉴시스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A씨는 어느 날 사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사장이 “너 손님 없다고 퍼지고 앉아 있더라. 그러다가 손님이 들어와서 너 앉아있는 거 발견하면 얼마나 보기 안 좋겠니”라며 A씨를 꾸짖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침에 잠깐 출근했다가 문 닫을 때가 돼서야 하루 매상을 확인하러 오는 사장이 어떻게 자신의 근무 태도를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가 A씨는 우연히 사장이 핸드폰으로 카페 카운터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핸드폰 속 영상에서는 카운터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행동은 물론,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순간 ‘나도 저렇게 감시를 당하고 있었나’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 A씨가 사장에게 항의했지만, ‘방범용 CCTV’라는 해명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CCTV 설치 대수는 해마다 11%가량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13년 기준으로 민간에서 직접 설치한 CCTV만 496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영상정보 관련 진정 역시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CCTV 운용과 관련한 법안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현행법은 설치 목적과 달리 CCTV를 사용하거나 설치 과정에서 피사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해뒀지만, 대부분 CCTV의 설치목적이 ‘다용도’인 까닭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 11월 22일 CCTV를 악용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진 의원은 “최근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근로자 안전 유지와 사업장 시설의 도난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을 목적으로 사업장 내에 전자적 감시 설비를 설치·운영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감시 설비 설치에 대해 근로자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감시 설비를 통해 수집된 정보의 오·남용에 관한 규제가 없어 근로자의 노동 감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사생활 및 인격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첫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 감시 수단으로 감시 설비를 설치·운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둘째, 근로자의 안전 유지 및 사업장 시설의 도난 방지 등을 목적으로 사업장 내에 감시 설비를 설치·운영하는 경우에는 감시 설비의 유형, 감시 설비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 및 그 수집·이용 목적을 근로자에게 알리도록 하며 셋째, 감시 설비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내용을 설명했다. 

   
▲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는 사업장 내에 근로자의 노동 감시 수단으로 전자적 감시 설비를 설치할 수 없게 된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는 사업장 내에 근로자의 노동 감시 수단으로 전자적 감시 설비를 설치할 수 없게 된다. 사고 예방 또는 방범용으로 CCTV를 설치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의견을 수렴하고 공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감시 설비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했을 경우에도 처벌받게 된다.

8일 〈시사오늘〉과 만난 A씨는 이 법안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A씨는 “사장님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사장님에게 항의하기도 어려운 데다 괜한 의심을 살 것 같아 따지지 못하고 있었다”며 “내가 사장님에게 불만을 이야기했을 때도 ‘니가 열심히 하면 CCTV가 있건 없건 아무 관계없잖아’라는 희한한 대답만 들었는데 이게 법으로 정해지면 우리 같은 ‘을(乙)’에게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노무사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에 새로운 조항이 신설된다는 건 결국 근로감독관이 CCTV 관련 문제까지 감시·감독해야 한다는 뜻인데, 일손이 달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도 못 잡아내는 상황에서 근로감독관들에게 CCTV까지 감시·감독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CCTV를 통한 근로자 인권 침해 문제의 본질은 큰 노조가 없는 작고 영세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용자의 위법행위를) 신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인력 부족을 해결하지 않고 무작정 법안만 만들어놓는 것은 ‘보여주기식’이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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