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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유승민 행보
〈기자수첩〉경선 참여 후 탈당…유승민이 강조하던 민주적 태도인가
2016년 12월 21일 (수)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가 패한 후 탈당을 논의하기 시작한 유승민 의원의 행보는 그동안 구축해 온 ‘원칙주의자’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 뉴시스

“마지막으로 유승민 의원께 묻고자 합니다. 반성조차 하지 않고 정치생명 연장만을 목표로 하는 친박이 주류인 구조에서 새누리당 해체와 인적청산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것을 정녕 모릅니까?”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탈당을 망설이는 유승민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실적으로 친박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에서, ‘당내 개혁’만을 주장하며 탈당에 나서지 않는 유 의원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남 지사의 지적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4·13 총선에서 역사적인 패배를 당했다. 칼춤 추듯 공천권을 휘두른 친박의 오만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친박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진석 의원을, 8·9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을 지도부 자리에 올렸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도 “반성은커녕 권력 지키기에 혈안이다”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친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도 이들의 대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정현 대표는 쏟아지는 지도부 사퇴 요구에도 끝끝내 자리를 지키다가 또 다른 친박인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고 나서야 당대표직을 던졌다.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친박은 단 한 번도 당권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유 의원은 이른바 ‘찍어내기’를 당해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공천 과정에서도 희생양이 되며 탈당을 결행했던 바 있다. 친박이 당을 쥐고 흔드는 현 구조에서는 당내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원내대표 경선 보이콧을 주장한 김무성 전 대표와 달리 비주류 후보를 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참여 자체가 친박에게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비박에게서는 탈당 명분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 의원의 판단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원내대표 경선 패배 후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요구한 것도 그답지 않은 결정이었다. 경선에 참여하기로 했다면, 도출된 결론에 따르는 것이 유 의원이 강조하는 ‘민주주의적 태도’다. 하지만 유 의원은 비박의 탈당이 가시화되고 있던 시점에 ‘전권을 가진 비대위원장’ 자리를 잔류 조건으로 내걸며 사실상 ‘비대위원장을 주지 않으면 당을 깨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현재 권력 지형에서 자신의 정치 철학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봤다면 일찌감치 탈당해서 새로운 구도를 짜야 했고, 탈당하지 않고 경선에 참여했다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유 의원은 경선에 참여한 후 뜻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탈당 수순에 들어갔다. 미리 이상적인 그림을 그려놓고, 일이 그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판을 깨는’ 모습은 그동안 유 의원이 구축해온 ‘원칙주의자’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유 의원은 과연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까? 진심어린 답변을 기다립니다.”

남 지사가 남긴 SNS 메시지의 마지막 부분이다. 유 의원은 정말 새누리당을 원칙과 절차가 살아 숨쉬는 건강한 보수 정당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그저 여전히 TK(대구·경북)를 지배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영향력이 아쉬웠던 것은 아닐까. 남 지사의 타당한 의문에, 이제 유 의원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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