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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기업 총수는 하태경 의원 제안에 주저할까?
2016년 12월 23일 (금) 윤종희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지난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구본무 LG회장을 향해 “강제성에 의한 정치성 준조세가 6조 4000억에 달한다”며 “차라리 준조세를 폐지하고 그 액수에 상당하는 법인세를 투명히 인상하자는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구본무 회장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좋다’라는 답변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구 회장은 “법인세 인상에 찬성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압력에 출연금을 내는 일이 없도록 국회에서 입법으로 막아달라”고만 부탁, '준조세도 내지 않고 세금도 더 안 내겠다'는 이기주의로 비쳤다.  

하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최태원 SK회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최태원 회장은 “의원님의 말씀대로 그런 효과가 난다면 찬성”이라면서도 “그런데 그런 결과가 나올지는...”라고 어중간한 입장을 취했다.

   
▲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기업 준조세를 없애는 대신 법인세를 올리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은 이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구본무 LG그룹 회장. ⓒ뉴시스

정치권으로부터 준조세를 뜯길 바에야 차라리 깨끗하게 세금을 더 내는 게 훨씬 좋을 것이라는 건 일반 상식이다. 그럼에도 대기업 총수들이 이처럼 머뭇거리는 이유는 뭘까?

21일 유력 금융사 중간급 간부는 “준조세를 막아준다는 정치권 얘기를 절대 믿을 수 없고, 그런 법을 만들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치권은 세무조사 같은 걸로 어떻게 해서든지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법인세는 더 많이 내고 그 동안 뜯긴 것만큼 정치권에 또 뜯길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사로서는 관행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법에 어긋난다면서 정치권이 때리고 세무조사 들어오면 그 때부터 회사는 속수무책으로 ‘사악한 집단’이 된다”면서 “세법이 복잡하다보니 정치권은 어떻게든 엮어서 회사를 때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당국과 회사가 세금 문제를 놓고 재판을 하면 회사가 승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면서 “하지만 이미 정부당국이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기업 이미지는 추락하고 나중에 우리가 재판에서 이겨도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요즘 정치권에선 권력구조와 관련한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그런 개헌 논의보다는 세법 개혁이 더 시급하다. 특히 세법 체계를 단순화시켜야 한다. 차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선주자들로부터 이와 관련한 공약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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