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그늘①]´박근혜 지우기´ 속, 흩어지는 향수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박정희그늘①]´박근혜 지우기´ 속, 흩어지는 향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12.23 17: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을 넘어 다시 언급되는 이름
향수는 과연 2016년에 사라질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박근혜 지우기'가 한창이다.

한국 정치사에 굵은 글씨로 표시될 2016년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의 흔적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애정은 훨씬 뿌리가 깊다. 지지의 상당 부분이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과 육영수 여사에게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에게 정치인생의 위기를 넘어,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스캔들이 터지며 그마저도 함께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선 사후(死後) 40여년 가까이 대를 이어 온 박정희에 대한 그리움이 올해로 마감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정희 향수(鄕愁)는 끝났을까. <시사오늘>은 연말 특집 기획으로 박정희 향수의 뿌리와 실태를 찾아 취재했다.

▲ 박정희 향수(鄕愁)는 끝났을까. <시사오늘>은 연말 특집 기획으로 박정희 향수의 뿌리와 실태를 찾아 취재했다.ⓒ시사오늘 이근

왜 지금 박정희인가?

지난 2012년, 대선이 치러진 직후인 12월 20일 새벽, 서울대학교 인근 소위 ‘녹두거리’라 불리는 고시촌 앞 상점가 곳곳에선 대선 결과에 실망한 젊은이들 몇몇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숫제 통곡을 하는 한 여학생은 “(박근혜 당선으로) 박정희에게 면죄부를 주고, 한국 역사는 씻을 수 없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탄식했다. 그리고 기자와 한 술집에서 만난 일단의 대학생들은 ‘기성세대의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인 그리움이 박근혜를 만들었다’라면서 잔을 들이켰다.

약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같은 탄식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현실화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한국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선사받았다. 그러면서 최태민 목사 이야기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고, 박정희 시대가 다시 조명됐다. 그리고 분리된 줄 알았던 박정희와 박근혜, 두 부녀(父女)의 정권은 다시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여대생의 절규와는 반대로, 박정희에겐 면죄부 대신 재평가의 화살이 겨누어졌다. ‘박정희 향수’가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젠 박근혜의 실정(失政)으로 인해 이 향수의 시대가 끝을 고할까 하는 가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물론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두 정권을 반드시 묶어서 볼 수는 없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는 자신의 저서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에서 “의회정치를 혐오했고 정치인들을 ‘쓰레기’에 비유했던 아버지 박정희와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고 언급했던 박근혜는 같지 않다”며 “이는 혈연관계로 두 사람이 얽혀 있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박정희 향수’자체가 신기루라고 말하기도 한다. 야권의 한 당직자는 20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특별한 신념이나 소신이 없이 ‘그 때가 좋았지’라고 하는 사람들의 추억이 왜곡됐을 수 있다”며 “독재기간이 긴 탓에 그만큼 영향도 컸던 것 뿐”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재조명과 성토, 박정희 향수는 사라질 때가 왔을까

세간에 퍼져있는 인식에 따르면, 박정희 향수의 존재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그 시대와 정책에 대한 호감, 인물 자체에 대한 우상화와 신격화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박정희의 고향인 대구경북(TK) 쪽과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등지에서 특별히 강하게 퍼져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정희 시대를 추억하고, 위인(偉人)으로서 기념하는 대부분의 사업들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돼 있어서다.

게이트의 촉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 그리고 탄핵안 가결까지 한국 사회는 숨 가쁜 가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박근혜는 성토의 대상이었으며, 박근혜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박정희 향수’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실 이는 그간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던 의견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폭됐을 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박정희와 박근혜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 더 선명하게 생겨났다는 풀이도 있다.

실제로 박정희 시대의 정치·경제적 업적이 부풀려졌고, 과(過)는 많이 덮이고 축소됐다는 고발은 다양한 방면에서 이뤄졌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김택광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저서 <박정희 유전자>에서 “5·16 쿠데타 세력의 자의적 입법행위가 현재까지 우리 실정법으로 내려왔다”며 “민주화가 성취됐지만 정작 법치의 근간은 군부독재 시절 만들어진 그대로라는 것이 알려지면 많은 국민들은 모욕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도동계의 원로 정치인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은 지난 달 기자에게 “박정희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많은 이들이 모른다. 알았다면 박근혜를 찍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박정희에 대한 잘못된 인식, 세뇌된 이미지 등이 향수 비슷한 것으로 남아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구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 “이쪽(TK)에선 박정희와 박근혜를 함께 지지하던 사람들이, 박근혜에 대한 지지만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아버지 욕 먹인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대구, 구미, 그리고 영남대

<시사오늘>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박정희 향수의 현주소를 취재하기 위해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대구 서문시장과 박정희의 탄생지인 구미로 향했다. 여기에 박정희-박근혜의 정치적·경제적 연결고리이자, 박정희 유산의 상징인 영남대학교를 찾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초와 새마을운동의 진실을 조명했다. 과연, 2016년을 기해 박정희 향수는 끝났을까.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미라 2016-12-23 20:38:18
문혀버릴 뻔한 역사의 한 부분이군요.
김종필의 증언이 썩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오죽하면~하는 짐작이 가게 해 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