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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그늘④]“향수는 끝, 신화에서 역사로…”
전문가 5인의 박정희 향수 진단
2016년 12월 24일 (토) 송오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몰락(沒落)’이 고(故)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鄕愁)’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자서전

2016년 대한민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노했고, 국민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정치를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이유다. 이런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규탄을 받으며 헌법재판로소부터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런 딸의 ‘몰락(沒落)’이 그 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鄕愁)’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시사오늘>은 전문가 5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서울대학교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정희 향수는 끝났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에 대한 향수는 끝났다. 이번 촛불집회를 보면, 젊은 세대들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을 지지했던 세대들도 많이 나왔다. 박근혜가 당선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 박정희를 기억했던 세대들인데,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박정희 향수를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많이 느낀 것 같다. 이번 촛불민심은 일차적으로는 박근혜에 대한 실망과 분노였다. 동시에 새로운 정치를 향한 열망의 표출이다.

즉, 민주화 이후에도 남아있던 과거 유신시대의 유산을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인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경제 상황을 보면, 과거 박정희 정부가 행했던 국가가 모든 것을 끌고 나가는 소위 ‘박정희 모델’이 이제는 효과가 없다는 게 다 드러나지 않았나. 한국의 대내외적 상황은 변했는데, 국가운영시스템과 국가주도 경제발전모델, 국가와 시민 관계 등 이런 것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지속돼 왔다. 과거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이제 한계가 온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형태로 가는 기로에 서 있는 상태다.”

리더 혼자서 틀어쥐고 결정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리더가 혼자서 모든 것을 틀어쥐고 결정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특정한 개인 지도자가 아니라 집단이 함께 협의하는 형태로 가야한다. 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여도 필요하다. 만약, 현재 권력구조인 대통령제가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일인에게 많은 권력을 주는 형태로 가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박정희 패러다임’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단순히 권력을 위임받지 않은 민간인, 즉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과 대통령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에 그치지 않고 그간 쌓인 실정(失政)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이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빈틈없이 실패한 것은 그가 ‘박정희 패러다임’을 답습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해법으로 인식됐던 ‘박정희 패러다임’이 민주화·세계화·정보화 시대에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니 박정희 향수는 끝났다고 봐야한다. 전직 대통령 지지도 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다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이 이룩한 성과에 기반한 ‘박정희 추종’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보수 중 일부가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하기보다는 낡은 것에 집착하는 수구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박근혜는 분리할 수 없어

“박정희와 박근혜는 분리할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 부녀지간이기도 하지만 박정희가 취했던 노선과 박근혜의 노선이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재벌위주의 경제성장, 관치경제, 권위주의 등이 박정희 패러다임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대통령이 곧 왕이라는 생각을 하는 유신 프레임조차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 리더는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 갖춰야

“다음 국가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적 리더십이다. 포용적 또는 통합적 리더십도 매우 절실하다. 특정 시대마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는데, 다음 대통령에게는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고, 상대를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이 가장 긴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내 맘대로 하겠다는 승자독식의 정치가 아니라 패자를 감싸 안고, 야당과 협치 함으로써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시킬 수 있고, 그럴 때에만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화여자대학교

◇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에게 실망과 분노는 하겠지만, 박정희 향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 그러니까 그 향수로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에게 표를 줬던 사람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서 박근혜에게 실망과 분노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믿음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박정희 향수를 가진 사람들의 근저에는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박정희의 가장 큰 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박정희가 과거에 자행했던 독재와 정권유지를 위한 억압, 살인 등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번 사건으로 박정희에 대한 반감이 박근혜 때문에 더욱 커졌을 거라고 본다.”

박근혜 통치는 ‘신가산관료국가(新家産官僚國家, New Patrimonial State)’의 전형

“중·노년층에서는 박정희가 저질렀던 많은 과오(過誤)보다는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더 크게 보려고 하는 경향들이 강했는데, 박근혜의 이번과 같은 일탈이 박정희의 과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끌게 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총살에 보낸 것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그동안 박근혜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었는데, 이제 그 연결은 끊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는 무능, 부패 등으로 똘똘 뭉친 사람 아니냐. 지금 박근혜 정부의 통치 방식은 비민주적인 통치, 사인(私人) 통치다. 국가와 국가 기반을 마치 대통령 개인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는 이런 통치 방식은 신생민주국가들 중에서도 굉장히 후진적인 중남미 국가들에서나 있는 일이다. 신가산관료국가(新家産官僚國家, New Patrimonial State)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박정희의 통치방식과 다를 게 뭐냐. 박근혜는 박정희의 통치 방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박정희의 공(功)보다는 과(過)에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이번 사건으로 박정희 향수가 끝났다고 단정하는 것은 좀 과한 느낌이고, 과거에 비해 박정희의 공(功)보다는 과(過)에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박정희의 ‘신화(神話)’에서 ‘역사(歷史)’의 영역으로 넘어갈 것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범(汎)보수가 허탈하기는 할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의 전체적인 특징은 무능이지 않나. 그런데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 향수에는 범(汎)보수의 가치인 근대화(近代化)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으니까 아직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박정희에 대한 신화(神話)는 조금 빛이 바랠 것이다.

역사에는 많은 고비가 있다. 다만, 지금은 박정희를 자신들의 우상으로 섬기고 있는 세대들이 있다. 박정희 집권 18년 동안 국민소득이 100불도 안 되다가 1500불까지 가지 않았나. 박정희는 구체적으로 경제를 고도성장 시켰다는 실적이 있기 때문에 신화가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단지, ‘신화’의 영역에서 공과(功過)를 구분하고 평가하는 ‘역사’의 영역으로 갈 것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범(汎)보수의 가치를 가진 세대가 당연히 박정희와 박근혜를 구분할 것이라고 본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 ⓒ뉴시스

◇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

TK(대구·경북), 박정희 향수는 좀 희석 됐지만 치적(治績) 평가는 여전

“‘박정희 향수’에 대한 평가는 지역적으로 온도차가 있지 않겠나. TK(대구·경북)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에 대한 향수는 좀 희석 됐다고 본다. 그렇지만, 박정희에 대한 치적(治績)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금 이런 시국 상황 때문에 박정희의 여러 가지 공적(功績)에 대해서 너무 폄하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 박정희와 박근혜를 보는 시각은 분리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 리더는 ‘통합적 갈등관리 리더십’ 갖춰야

“내가 늘 꼽고 있는 리더십 요소가 있는데, 소통·인사·정책적 판단능력·갈등관리 능력 등이다. 지금 한국은 너무 보수 대(對) 진보,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심한 상황이다. 앞으로는 이런 갈등 관리를 위한 통합적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본다.”

송오미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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