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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삼성'에는 날개가 있다
<기자수첩>'순실전자'된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전자'
2016년 12월 26일 (월)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문열 작가의 베스트셀러 제목으로 더 유명한 이 문장은, 오스트리아 여성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역설적인 시구다.

아무리 힘들고 고된 시련을 겪고 있을지라도 날개가 있기에 언젠가 다시 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날개가 제대로 펴지지 않으면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삼성그룹도 '날개'가 있었다. 2005년 '삼성 X(엑스)파일 사건', 2008년 '총수 비자금 의혹', 2016년 '이건희 성매매 의혹' 등 여러 대형 악재를 버티며 삼성이 철옹성처럼 굳건히 버틸 수 있던 이유는 날개가 제구실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개는 '이미지'였다. 삼성이라는 회사 앞에는 항상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선도기업' 등 현란한 수식어들이 붙었고, 이는 국민들이 삼성에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한 명분으로 충분했다. '그래도 삼성이니까'라는 막연한 신뢰를 조성한 것이다.

   
▲ 삼성전자의 갤럭시S8 출시 예정 관련 기사에 대한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누리꾼들의 댓글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의 그 날개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 1등 기업'이라는 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음을 비꼰 '순실전자'로 교체됐고, '글로벌 선도기업'이라는 수식어는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 이후 '글로벌 폭탄제조기업'으로 변경됐다.

아직 공개조차 되지 않은 갤럭시S8에 5인치·6인치 2개 모델로 출시될 예정이라는 기사에 '큰 폭탄·작은 폭탄'이라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삼성의 이미지 붕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 수습해야 할 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어벙한 표정으로 "송구스럽습니다"만 반복하는 이 부회장을 누리꾼들은 '바보컨셉 송구맨'이라 불렀다. 정치권에서는 "경영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처럼 이미지 붕괴 현상이 가속되면서 '그래도 삼성이니까'라는 막연한 신뢰는 '삼성이 그럼 그렇지'라는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창끝이 삼성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만큼,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추락하는 '삼성'에는 날개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삼성이 그 날개를 다시 펼쳐 날아오를 수 있을지는, 날개를 가진 본인이 아닌 이상,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서 다시 잉게보르크 바흐만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자신의 산문집 <삼십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에게는 세계라는 것이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보였고, 자기 자신까지 취소가 가능한 존재로 여겨졌던 것이다. (…중략…) 자신에게 진실로 중요한 것이 무언인가를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한순간도 걱정해본 적이 없었다. (…중략…) 그는 이제껏 한 번도 의혹에 빠져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제껏 무엇 하나 겁내본 적이 없었다. 지금에야 그는 자신도 함정에 빠져있음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한 번 되뇌어봐야 할 구절 같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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