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의 산증인, 노병구 86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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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의 산증인, 노병구 86세로 별세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7.01.01 15: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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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을 추모하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한국 정계를 질주해온 또 한 사람의 노(老) 정객(政客)이 우리 곁을 떠났다. 상도동계의 원로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이 지난달 30일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 故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 ⓒ시사오늘

노 전 회장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부정권과 민주화 시대를 모두 겪어온 살아있는 정치사였다. 노 전 회장은 1957년 서울고등공민학교를 설립, 교장을 맡으며 학생들을 가르치다 5‧16 군사 쿠데타를 계기로 영등포에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유진산 전 신민당 총재와 인연을 맺으며 정치를 시작해 진산계로 분류되며, 잠깐 고흥문계로 활동하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잠시 정계를 떠났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전두환 정권에서 가택연금 중이던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만나면서 상도동계에 들어가 반독재 투쟁을 함께했다.

노 전 회장은 YS의 민주산악회 조직위원장, 신민당 전당대회 부의장, 민주화추진협의회 상임운영위원, 통일민주당 광명시 지구당 등을 도맡으면서 상도동계의 핵심 인사로 활동한다. 국회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한국마사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문민정부 이후 YS의 민주화 투쟁 시절 동지들을 모은 민주동지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10년까지 노 전 회장은 민주동지회를 10여 년 간 이끌었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전성기가 지난 뒤에야 기자는 노 전 회장을 처음 만났다. 하지만 상도동계의 정치 원로를 떠나, 그는 항상 그리고 마지막까지 정치인이었고 소신이 뚜렷한 민주화의 투사였다.

노 전 회장은 공과(功過)가 뚜렷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과 YS의 동상은 세워도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은 세워선 안 된다고 지적해왔다. 2012년엔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후보를 도울 수는 없다며 탈당해 일면식(一面識)도 없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노 전 회장의 주장은 항상 한결같았다. 독재가 없이도 산업화는 이루어졌을 것이요,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금보다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튼튼한 발판이라고 역설했다.

과거 젊은 시절에는 찬조연설을 해달라며 정치인들 사이에서 불려 다녔던 그다. 5척이 조금 넘는 단구(短軀)에, 얼굴에도 가득 세월이 스몄지만 노 전 회장의 목소리는 늘 또렷하고 우렁찼다. 광화문에 촛불이 넘실대며 모처럼 민주주의를 피부로 만끽하고 있는 요즘, 민주주의를 강조하던 고인의 목소리가 다시 떠오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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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2017-01-02 08:14:13
노병구 회장님 같은 정치인이 절실히 기다려지는 요즘이네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