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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깡통주택'보다 '슬럼화' 대비해야
<기자수첩>'수도권-非수도권'·'아파트-빌라' 양극화…혜안 '필요'
2017년 01월 02일 (월)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집값 하락 전망이 쏟아지면서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집을 담보해 대출을 받은 가구들이 주택 가치 하락으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고, 세입자들의 2차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경제통으로 널리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당장 LTV 70% 부근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위험계층 99만 가구가 부도 위험에 몰린다"며 "서민가구의 연쇄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금융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 매매, 전세, 월세 비용 대부분을 대출을 통해 마련하는 우리나라 실정상 충분히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시나리오로 보인다. 더욱이 실수요자의 경우 거의 모든 자산을 집값에 쏟아 부어야 간신히 내 집 장만을 이루는 상황인 만큼,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면 가계경제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같은 위기론이 지나치게 과장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값 하락은 아직 집을 얻지 못한 실수요자들, 특히 젊은 층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다. 또한 '부동산=투기'라는 의식구조를 혁파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깡통주택' 피해는 정부의 정책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기도 하다.

지금은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에 앞서, 집값 하락에 따른 '슬럼화'를 장기적인 차원에서 위정자들이 미리 대비하고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 2017년부터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정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pixabay

우선,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간 부동산 가격 격차 심화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0.71%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평균보다 높은 1.32%, 지방은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0.17%을 보였다. 2015년에도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은 6.19%를 기록한 반면, 지방은 3.64%에 그친 바 있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할 경우 이 같은 가격 차이가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017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주택 매매가는 수도권에서 보합세, 지방에서 1.5% 떨어져 전국적으로 0.8%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해외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주택 가격은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 압력이 우세하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집은 곧 재산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부동산 격차가 커지다는 것은 곧, 양극화를 의미한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슬럼화를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은 러시아,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모스크바, 런던 등 우리나라의 서울과 같은 지역 인근 주택 가격은 고공행진을 달리는 반면, 비수도권이라 볼 수 있는 주변 지역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생활환경까지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또한 집값 하락에 따른 빌라·다세대 주택의 슬럼화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국내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일부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축 빌라 또는 다세대 주택을 어쩔 수 없이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값이 하락한다면 이처럼 불가피하게 신축 빌라, 다세대 주택에 입주한 실수요자들 대부분이 아파트로 옮길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슬럼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미 몇몇 대도시 변두리와 베드타운 부근에서 슬럼화 조짐이 발생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여기에 인구고령화와 저출산까지 겹치면 슬럼화는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이는 '깡통주택'에 따른 가계경제 피해보다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값 하락에 따른 슬럼화를 방지하고, 또 수습할 수 있는 혜안이 위정자들에게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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