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본능 깨어난 최희섭
스크롤 이동 상태바
홈런본능 깨어난 최희섭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9.05.13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워 업그레이드, KIA의 든든한 4번타자이자 희망
KIA타이거즈 4번타자 최희섭(30)의 거포본능이 깨어났다.
한 때 KIA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최희섭이 자신의 약속대로 확연히 달라졌다. 부진과 부상에 신음했던 병든 거인이 아니었다. 팀의 든든한 4번타자이자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     © 뉴시스

 
최희섭은 11일 현재 타율 3할1푼8리, 10홈런, 2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모두 팀내 최고기록이다. 홈런은 1위, 타점은 7위에 랭크돼 있다. 1년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고공행진중이다.

최희섭은 지난 시즌을 마치자 살인적인 감량, 타격폼 전면수정, 의식개혁, 훈련과의 사투를 시도했다. 등산과 식이요법을 통해 20kg를 뺐다. 오른발을 들고 왼발에 중심을 두는 타격폼을 바꾸었다. "난 메이저리거가 아니다"며 마음을 바꾸었다. 자나깨나 훈련만 거듭했다. 그리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반드시 부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주변의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달라졌기 때문에 부활에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최희섭의 타격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에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초반 10경기는 후자의 전망이 맞는 듯 했다.
 
◇10호째 홈런 이대로면 44개도 가능

2007년 5월11일 인천공항 출국장. 청바지에 간편한 티셔츠 차림의 건장한 청년이 밝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양 손에 꽃다발을 든 그의 말투는 단호했다. "한국에 온 이상, 일본 진출 같은 것은 생각 안 할 겁니다. 대신 (이)승엽이 형의 기록을 넘고 싶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 최희섭은 이날 8년간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한국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복귀를 결심했다.

하지만 지난 2년은 최희섭에게 악몽이었다. 국내무대 데뷔전이었던 2007년 5월1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베이스 러닝을 하다가 상대 선수와 부딪혀 왼쪽 갈비뼈를 다쳤다. 두 달간 쉬어야 했고, 팀은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성적은 52경기 출전에 타율 3할3푼7리 7홈런 46타점.
지난해엔 시작부터 안 좋았다. 최희섭은 스프링캠프 때 두통이 심해져 두 차례나 귀국했다. 시즌 중에도 1,2군을 오르락내리락했다. '먹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성적은 55경기에서 타율 2할2푼9리 6홈런 22타점.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던 최희섭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 매일 산에 오르며 마음부터 다스렸다. 야구는 나중 일이었다. "미국에 갈 때는 목표가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면서 꿈을 잃어버렸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최희섭이 무서워졌다. 대충 휘두르고 들어가던 최희섭이 아니다. 실투(失投)는 여지없고, 죽더라도 방망이를 야무지게 돌린다. 4월 23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에 7홈런 15타점을 올렸던 최희섭은 5월 들어서도 7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에 3홈런 8타점을 기록 중이다. 8일 현재 10개로 홈런 부문 단독 선두다.

30경기에서 10홈런을 친 최희섭은 '산술적으로' 44홈런까지 가능하다. 프로야구에서 '40홈런 타자'는 2003년 아시아 신기록(56개)을 세운 이승엽(요미우리)이 마지막이었다. 이승엽 이후로는 고작 30개 안팎으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     © 뉴시스

 
◇최희섭, 투수들을 두려움에 몰다


최희섭은 11일까지 22개의 볼넷을 기록해 SK 박재상과 함께 공동 2위다. 이 부문 1위인 LG 페타지니(24개)보다 2개가 적다.
과거에도 타석에서 신중했던 최희섭이 올시즌 적극적인 스윙으로 스타일을 바꿨음에도 볼넷이 많은 이유는 뭘까. 상대가 피해간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딱히 찾기 힘들다. 선구안이 뛰어난 면도 있지만 최희섭 만한 선구안을 가진 교타자들은 수없이 많다.

상대투수들이 올시즌 벌써 1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떠오른 최희섭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구종, 코스를 가리지 않고 좌우 방향 골고루 홈런을 뽑아내니 스트라이크를 과감히 던지기 힘들다.

특히 고의4구는 4개를 얻어 전체 타자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페타지니는 고의4구가 2개 밖에 없다. 이날 롯데전에서도 2회 2사 2,3루서 배장호로부터 고의4구를 얻었다. 1회 2사 2루서 송승준으로부터 기록한 볼넷도 볼카운트 1-3에서 고의성 짙은 볼로 걸어나간 것이었다.

올시즌 3개의 만루홈런을 친 김상현은 "만루홈런이 많은 것은 전적으로 희섭이형이 앞에서 볼넷을 많이 얻어서 기회가 생긴 것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5번타자 김상현이 만루홈런 3개를 칠 때 앞타자 최희섭은 모두 볼넷을 기록했다. 최희섭이 진정한 거포로 거듭나면서 그 효과가 KIA 타선의 공격력 배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파워찾은 메이저리거 최희섭
 
지난해 최희섭과 올해 최희섭의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파워를 사용하는 법을 익혔다는 것이다. 최희섭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타격폼이 180도 달라졌다. 최희섭은 선천적으로 파워가 뛰어난 타자다. 따라서 일단 맞히면 타구는 멀리 뻗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그 힘을 이용하지 못했다. 올해는 바뀐 폼으로 몸의 중심을 잡아놓았다. 중심을 뒤에 두고 최대한 공을 몸에 붙여서 때린다.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아진 이유다. 기록상으로도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구종을 가리지 않고 홈런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최희섭은 자신의 파워를 사용하기 위해 지난 겨울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거구인 최희섭의 몸이 이를 증명한다. 10kg 이상을 뺐다. 몸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지니 순발력과 회전력이 살아났다. 허리 턴이 부드러워지면서 비거리가 늘어났다. 갑작스런 변화구에 대처하는 배트 컨트롤도 부쩍 향상됐다. 무리하지 않는 선이라면 '체중감량=홈런증가' 공식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최희섭은 겨우내 타격폼을 대폭 수정했다. 오른 다리를 찍어 놓고 타격하던 최희섭은 외다리 타법을 장착했다. 바로 하체 중심을 뒤에 두기 위한 조치다. 상체가 쏠리며 방망이가 나갔던 최희섭은 외다리 타법을 통해 '후방 중심' 원리를 깨우쳤다. 왼다리를 들면서 중심을 뒤에 최대한 늦게까지 남겨놓았다가 임팩트 순간 중심이동을 하며 힘을 모은다. 적당히 맞아도 담장을 큼직하게 넘어가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