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da Machine’
‘Soda Machine’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5.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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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많은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 무지하면 여기저기서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     © 시사오늘

 
Villanova Prep. School 기숙사(Dorm) 식당에는 항상 음료수 기계가 비치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언제든지 음료수를 따라 마실 수 있었으나, 가끔 음료수를 마실 수 없도록 컵을 치워 놓기도 했었다. 컵이 사라지는 현상에 음료수를 제대로 마시지 못할 때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항상 투덜대곤 했다. (사실 개인 컵을 갖고 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됐다.)

"우리가 여기다 갖다 바치는 돈이 얼만데 음료수 갖고 쪼잔 하게 굴어?"
우리의 불만은 그렇게 쌓여만 갔다.

하루는 너무 목이 말라 식당으로 헐레벌떡 뛰어갔지만 역시나 컵은 없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급한 마음에 소다 머신에 입을 갖다 대고 기계 버튼을 눌렀다. (한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돗물 마실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 음료수가 콸콸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렇게 갈증을 해소했다. 나는 목마름이 해결 됐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체제에 보기 좋게 한방 먹였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

다음날 기숙사 사무실(Dorm Office)에서의 Announcement가 기숙사 전체에 울려 퍼졌다.
"Jay Yoo, to the Dorm Office."
무슨 일인가 뛰어가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난 사감 Mr. Gieskey가 낮게 까는(화날 때 특유의) 목소리로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

"네가 소다머신에 입을 대고 마셨다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다."
"입대고 마시진 않았어요. 20cm나 밑에서 받아먹었다고요."
"입을 댔건 안 댔건 그게 얼마나 역겨운(Disgusting)짓인지 알기나 해? 남들 다 마시는 곳에 얼굴을 들이 민 행위는 절대 용서 할 수 없다."
"죄송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늦게나마 용서를 빌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Mr. Gieskey는 어느새 냉소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는 회의 끝에 자네에게 정학(Suspension) 2주를 주기로 결정했다.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2주 동안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2주?! 주먹질 하고 싸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2주 동안 기숙사에서 쫓겨나 아는 사람 집으로 가면서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Quiz와 과제로 꾸준히 점수를 매기는 미국 사립(Private) 고등학교에서 2주란 시간은 거의 내신을 포기하란 의미나 다름없었다. 물론 졸업반이라 대학은 이미 확정지은 상태였지만, 한 과목이라도 'D학점'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대학입학이 취소되므로 여전히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위생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는 달랐다. 한국이었으면 잔소리 혹은 한 대 쥐어박고 넘어갈 일을 미국에서는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Preparatory School(대학 입시 준비 학교)에 Catholic(천주교) 학교라 규율이 더 심할 수도 있었겠지만, 전반적인 미국 사회를 살펴봐도 위생관리가 아주 철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Biology 시간에 큰 소리로 재채기를 했다. (내 재채기는 워낙 소리가 크고 특이한 소리를 내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큰 웃음을 주곤 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Biology선생님은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아우, 더러워! 손 가리고 조용히 재채기해! 병균(Germ) 뿌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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