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재벌 3세 '담당업무'…'금수저 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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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재벌 3세 '담당업무'…'금수저 얹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1.2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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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지주회사 체제 확립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재벌 오너가(家) 3·4세들이 경영 일선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일부의 직무가 불투명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금수저'만 얹은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시사오늘>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200대 그룹의 경영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40대 이하 재벌 3·4세 경영인은 총 76명이다. 이중 공시보고서 상 '임원 및 직원의 현황'의 '담당업무' 항목에 '경영 전반', '경영 총괄' 등 확실치 않은 직무를 표기한 인사들은 모두 6명으로 집계됐다.

'임원 및 직원의 현황' 공시 대상이 아닌 기업에 속해 객관적으로 '담당업무'를 파악할 수 없는 재벌 3·4세들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또한 회장,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맡아 총괄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 국내 재벌 오너가(家) 3·4세 경영인 가운데 공시 상 담당업무가 불확실한 인사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pixabay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상건 동국산업 회장 3녀 장혜원 동국산업 부사장(1970년생, 3세)의 담당업무는 '경영 전반'으로 명시돼 있다.

장혜원 부사장과 같이 담당업무가 '경영 전반'인 상무급 인사는 비상근 임원 전재윤 상무가 유일하다. 이상철 상무, 김효선 상무는 각각 '관리본부장 겸 시흥공장 공장장', '기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故 정몽우 회장 차남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1974년생, 3세)은 담당업무가 '부사장'으로만 공시돼 있다. 같은 직급 이선우 부사장이 '관리본부장'으로 표기돼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또한 타기업 부사장들의 공시 상 담당업무가 통상 '○○부문', '○○본부장' 등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있음을 감안하면, 정문선 부사장의 담당업무는 불투명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 장남 유원상 유유제약 부사장(1974년생, 3세), 故 허영섭 회장 3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1974년생, 3세)의 담당업무도 각각 '경영 총괄', '경영관리'로 공시돼, 실제 어떠한 직무를 맡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장남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1977년생, 3세)는 담당업무가 '총괄 본부장'으로 명시돼 있다. 주진우 회장, 이인우·김상훈 대표이사가 이미 '총괄'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총괄 본부장'이라는 주지홍 상무의 직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아예 담당업무를 공시하지 않은 재벌 3세 경영인도 있었다. 이복영 이테크건설·삼광글라스 회장 차남 이우성 부사장(1978년생, 3세)의 담당업무는 미등기임원이라는 이유로 공시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다.

이들 6명 외에 재벌 3·4세 경영인들도 해당 기업이 펼치는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영 지원 직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앞서 거론한 인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담당업무가 소상히 명시돼, 이들의 이름을 제외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3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재벌 3·4세 경영인들의 직무가 불투명한 것은 재벌 대기업 지배구조의 특성 중 하나"라며 "경영은 전문성을 갖춘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 오너가들이 금수저를 얹어선 안 된다. 해외처럼 지주회사 체제 확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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