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4년]인구분산 효과, 미미…교육문제 해결, ‘절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세종시 4년]인구분산 효과, 미미…교육문제 해결, ‘절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1.25 17:3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한 국가균형발전’ 가능하려면 인구 유인할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지 4년 반이 흘렀다. 그러나 수도권 밀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인접 지역의 인구 공동화 현상만 유발하고 있어, 세종시의 ‘실질적 수도화(首都化)’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세종시가 출범한지 4년 반이 지났지만, 수도권 집중 완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 시사오늘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 없고 충청권 인구 ‘블랙홀’ 역할만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 부처부터 옮겨가겠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행정수도 건설을 내걸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관습헌법 논란’, ‘세종시 수정안 논란’ 등 수없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세종시는 2012년 7월 1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등에 업고 지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4년 반이 지난 지금, 세종시는 당초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인구는 3년 동안 약 10만 명이 늘어났다. 그 중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향한 인구는 2만여 명이었고, 충청권에서 유입된 인구는 3만 2천여 명에 달했다.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종시 인근 지역의 인구 공동화 현상만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난 24일 〈시사오늘〉과 만난 세종시 주민은 “(충북) 영동에서 왔다”며 “살던 곳보다는 문화생활 하기도 좋고 교육 환경도 나을 것 같아 이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살던 사람들은 애들 교육 때문에 잘 안 오는 것 같더라”라며 “우리 가게(치킨집)에 오는 서울 사람들은 보통 처녀총각들인데, 이 사람들도 주말에는 서울에 갔다 온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통근하는 공무원들을 위한 버스가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 시사오늘

세종시, 수도권 인구 유인 요인 없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세종시가 수도권 인구를 유인할 만한 요소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시의 바탕이 된 충남 연기군은 상가나 문화시설, 편의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했던 지역이다. 정부는 행정 부처가 이전하면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유입되고, 그들을 고객으로 삼는 각종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기자와 만난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도 “사람 있는 곳에 돈 있다고,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옮기면 기업이나 시설 같은 건 당연히 따라갈 거라고 봤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이주할 것’이라는 대전제부터 무너졌다. 2013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을 위해 운영한 통근버스 비용은 총 279억 원에 달했다. 1개월에 10억 원이 통근버스 비용으로 쓰인 꼴이다. 또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1시간 내에 주파가 가능한 서울-세종고속도로가 2025년 개통될 예정이며, KTX 세종역 신설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4일 기자가 세종시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세종시로 이사할 수 있는 부류는 딱 둘 밖에 없다”며 “부부공무원이거나 혼자 사는 경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만 해도 아내가 대기업에 다니는데 세종시로 이사 올 수가 없어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며 “혼자 사는 애들이면 몰라도 서울에 직장을 둔 남편이나 아내가 있으면 세종시로 내려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과장 같은 경우는 부부공무원인데도 서울에서 출퇴근을 한다”며 “아무래도 아이들 교육을 시키려면 서울이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공무원들을 세종시로 불러들이려면 교육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시사오늘

실질적인 ‘수도화’ 이뤄져야

이러다 보니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의 세종시 이주를 독려하기 위한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주 공무원이 세종시 내에 주택을 마련할 경우 취득세를 최대 전액 면제하고, 이주 희망 맞벌이 공무원에 대한 인사교류제도 시행했다. 공무원이 자신의 연금을 담보로 최대 2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공무원 연금 대출 한도도 5000만 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25일 기자와 만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도 수도 이전을 검토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행정 비효율이 심화되는 데다 비용 대비 편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허허벌판에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만 들어서서 유령도시로 변하는 모습을 우려했는데, 지금 모습이 딱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정치·경제·문화·교육 등이 서울에 집중된 나라에서는 행정수도를 건설해봐야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울산이나 창원처럼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육성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제2, 제3의 서울’이 조성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윤인섭 명품혁신도시연합회 대표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치단체장, 정치인은 그 정도면 혁신도시에 많이 해 준 것이라며 왜 자꾸 원하기만 하냐는 시각도 있다”며 “그러나 수도권에서 가족과 함께 내려오는 사람들은 기본적 인프라도 없는 황량한 시골도시에 내려오길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4일 〈시사오늘〉과 만난 세종시 근무 공무원 역시 “두세 시간씩 길 위에서 시간을 버려가며 통근하는 것은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면서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세종시에 내려올 공무원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시적인 ‘당근’이 아니라, 문화시설·편의시설·교육기관 등 종합적인 인프라가 구축돼야 진정한 행정수도 건설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구본석 2017-01-26 13:07:56
시사인 애독자입니다. 내용을 보면 탄생부터 잘못됐다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습니다. 현재 세종시에 살고 있고 청사로 출근하면서 느낀 것은 행정수도로서 원안대로 됐다면 결과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쉽습니다. 그리고, 이유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하셨는데, 현 우리나라 교육이 사교육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세종시가 그 사교육보다 공교육에 더 치중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교육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