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트럼프標 국수주의'…국내 건설업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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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트럼프標 국수주의'…국내 건설업계 '빨간불'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1.31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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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증산 정책'·'반이민 행정 명령' 등 강력한 조치…'당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수주의가 베일을 벗은 것과 관련, 국내 건설업계가 당혹스런 눈치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강도 높은 정책들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가 하락·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수주의·보호무역 성향 정책이 국내 건설업계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 뉴시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일 '미국 우선 에너지 정책(America First Energy Plan)'을 발표하고 자국 내 에너지 증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은 약 5경8300조 원(50조 달러)에 육박하는 셰일가스, 원유 등을 시추할 예정이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국내 건설업체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하락을 초래하면서 해외건설수주 사업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증산 정책 외에도 국제 유가 하락 요인이 상당한 실정이다. 실제로 세계 2위 산유국 이라크 남부 바스라 유전지대의 지난해 12월 원유 수출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최근 북미 지역 유전기업들은 채굴장비 수를 점차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경우,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주된 먹거리인 중동 지역 수주 환경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 하락은 중동 국가들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가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거둔 해외수주고는 12조7972억 원(107억 달러)으로 2015년 대비 36% 감소했다. 올해는 트럼프표 국수주의 영향으로 감소폭이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자국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천명한 것 역시 걸림돌이다.

실제로 스테판 샌허 미국 건설협회(AGCA) 회장은 최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프라 건설을 위한 투자가 촉진되고 있다. 2017년 미국 건설업계의 건설경기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계 건설사들의 공격적인 해외건설수주 따내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제무대에서 상대적으로 기술력, 자본력, 영향력 등이 떨어지는 국내 건설업계에는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31일 <시사오늘>과 만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수주의가 본격적으로 발호(跋扈)하면서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주택건설 경기도 좋지 않은데 설상가상"이라고 토로했다.

'트럼프표 반이민 정책'…국내 건설업계 '명암'

▲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7일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중동 지역 7개 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 뉴시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국내 건설업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란 등 중동 7개 국가 출신들의 미국 입국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중동 국가와의 인적·물적 교류를 사실상 단절시킨 것이다. 이는 미국-중동 사이에서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우리나라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2011년 이란발(發) 악재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당시 이란은 국내 건설업계에 6위의 해외수주 시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서 수주액이 급격히 추락했고, 이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국내 대형 건설사들에게 치명타를 입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표 반이민 정책이 국내 건설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도 나온다. 미국계 건설업체들이 중동 지역 수주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지역 내 일거리가 전보다 다소 증가할 공산이 크다. 잠재적 경쟁자들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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