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답이 된 사회③]똑소리 나는 여성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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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답이 된 사회③]똑소리 나는 여성들 어디로 갔을까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7.02.02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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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현정 기자)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면 성별과 상관없이 경쟁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우리사회는 여전히 유리천장과 임금차별 등 여성이 차별을 느낄만한 요소들이 너무 많다. 공무원이 된다면 사기업에 비해 그런 부분을 적게 느낄 것이라 여겨 시험을 준비한다.”

‘공시생’들 중 대다수 여성들은 자신의 성별이 취업과 승진에서 약점이 된다고 말한다. 취업난이 가중될수록 ‘여성’이 가지는 불리함은 더욱 커지며,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유리천장·경력단절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주장한다. 적잖은 여성 공시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실제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여성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5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취업준비생 중 일반직공무원 여성 준비생은 1년 전보다 5.5% 상승한 36.1%로 집계됐다. 또한 여성 공시생들이 주장하는 한국사회 속 유리천장도 여전히 두껍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남녀 경제활동 참여비율에선 아이슬란드가 82.6점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25점에 불과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경제활동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합격자 비율은 ‘여인천하’, 그러나 여성고위공직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여성 공시생들로 인해 합격자 비율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행정자치부에서 발표한 공무원 합격 비율을 살펴보면, 9급 공채에서는 56.8%, 연구·지도직에서는 51.6%가 여성합격자로 밝혀졌다. 전체 지방직 공무원 합격비율에서도 여성이 56.3%를 차지하는 등 남성의 숫자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수가 올라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달 29일 인사혁신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정부부처 4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13.5%로 집계됐다. 하지만 4급 이상 공무원 중 고위공무원(장·차관급)에서는 0.9%만이 여성이었다. 요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공시생들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 않지만, 공무원은 ‘그나마 낫다’고 표현한다. 기업에서 여성이 요직에 올라갈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와 같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우가 아니라는 것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7월 여성가족부의 ‘2015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여성임원 현황’에 따르면 여성임원 비율은 2.3%였다. 심지어 100대 기업 중 절반이 넘는 53곳은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CEO스코어〉는 시장형·준시장형 30개 공기업 전체임원 139명 중 여성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2016년 상반기 기준)고 발표했다. 주요 공기업 부장급 여성 임원 비율도 1.9%에 불과했다. 마치 피라미드 모양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수는 급감한다. 보이진 않지만 존재하는 유리천장으로 인해 시험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여성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 전문가들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 뉴시스

단단한 유리천장, 그 곳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력단절’

“저성장·초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은 여성인력 활용에 달렸다”

지난해 12월 ‘한·북유럽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민무숙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이같이 밝혔다. 민 원장은 유리천장의 원인 중 하나로 유연하지 못한 조직문화와 일·가정이 양립하기 힘든 현실을 꼬집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경력단절 여성이 늘어나고, 요직에 올라갈 수 있는 여성의 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단단한 유리천장을 가졌다”며 “장시간 근로를 강요하는 경직된 조직문화 및 일·가정 양립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어려운 현실 때문에 여성들이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힘들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일·가정 양립지표’에서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은 20.6% 수준이었다. 이중 30~39세 여성들의 경력단절 비율은 53.1%로 나타났다. 결혼·임신·육아 등이 맞물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기업 임원직에 있는 여성도 경력단절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조직적인 문제가 여성의 사회참여를 소극적으로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가정 양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보니,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 의미다.

2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한 대기업 여성임원은 “결혼을 하고 아이 낳고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며 “육아휴직을 쓰면 눈치가 보여 대부분 기간을 못 채우고 다시 출근을 한다. 그러니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냥 그만두게 된다. 동료 여직원들이 출산을 기점으로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일이나 가정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라며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나서는 유리천장 없애기

정부도 경력단절이 유리천장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3년 말부터 2017년까지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계획’을 수립하고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및 ‘4급 이상 여성공무원’, ‘군대·경찰’ 등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분야에 임용 목표치를 설정, 실적을 달성해 공개하는 등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등에게 취업 상담, 직업교육훈련, 및 취업 후 사후 관리 등 취업서비스를 지원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시사오늘〉과 통화한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2017년에도 여성경력단절예방 및 복귀 지원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며 “경력단절여성이 양질의 일자리 연계에 집중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시행하는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 제공이 너무 단순직종 위주로 편성돼 있고, 고위직으로 올라갈 발판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유리천장 없애기를 위한 정책이 너무 공공기관에만 편중해 있어 사기업까지 변화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양성평등 전문가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단순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경력단절 후 재취업을 통해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사기업까지 확대 돼야 하는데 공공부문만 적용돼 여성들이 다양한 직종을 선택하지 못하고 공무원 시험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국제부입니다.
좌우명 : 행동하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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