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전쟁]바뀌는 정치지형…대선에서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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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전쟁]바뀌는 정치지형…대선에서 막 내리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2.0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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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집안싸움´된 차기 대선…정책으로 ´차별화´ 시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뒤바뀌고 있다. ’보수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오랜 기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 온 ‘이념 대립 구도’에도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이 구시대적 이념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상위 5명 가운데 4명이 야권 주자(문재인·안희정·안철수·이재명)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 체제를 갖춘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보수 후보 중 5%를 넘는 주자는 황 권한대행이 유일하다.

▲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뒤바뀌고 있다. ’보수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오랜 기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 온 ‘이념 대립 구도’에도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이 구시대적 이념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도 나온다.ⓒ뉴시스/ 그래픽디자인=김승종

더욱이 황 권한대행은 출마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황 권한대행은 지금 나오기 어려운 상태”라며 “막상 출마하면 지지율이 유지되지 못하고 떨어질 확률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역시 “황 권한대행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국무총리였기 때문에 공동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대선 관리를 해야 할 사람이 선수로 뛰는 것도 법적·정치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차기 대선은 이념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로 흘러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보수 대 진보가 아닌 진보 내부의 ‘집안싸움’ 구도가 되면서, 이념적으로 동질성이 강한 후보들이 정책에 차별성을 두는 방향으로 경쟁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색깔론’으로 점철됐던 과거 대선과 달리, 현재 대선판은 ‘복지’, ‘4차 산업’ 등의 이슈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복지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이 시장이 지난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국가 예산 400조원의 7%인 28조원으로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2800만 명에게 1인당 ‘기본 소득’ 100만원, 국토보유세로 조성한 15조원으로 전 국민에게 ‘토지 배당’ 30만원을 모두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하자 안 지사는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혜적 정치와 포퓰리즘은 청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복지 수준을 두고 민주당 대선 주자끼리 ‘정책 대결’에 나선 것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문 전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세운상가에 있는 ‘팹랩(Fabrication Laboratory)’을 찾아 “청년 창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업을 지원하겠다”며 “이제 정부가 나서 제2의 벤처 붐을 일으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4차 산업 육성 계획을 언급한 것이다.

이러자 안 전 대표는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정부에서 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은 70년대 박정희 패러다임식 발상”이라며 문 전 대표의 발언을 꼬집었다. 이어 6일에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4차 산업혁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며 문 전 대표를 재차 겨냥했다.

이처럼 ‘정책 경쟁’이 활발해진 데 대해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보수 세력이 완전히 힘을 잃으면서 보수냐 진보냐는 (차기 대선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명확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쪽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쪽에서 내세울 후보가 없게 된 것이 비생산적인 이념 전쟁을 종결시키는 것 아닌가 싶다”며 “역설적으로 ‘최순실 게이트’가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하게 된 셈”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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