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불법 로비의혹…검찰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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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불법 로비의혹…검찰 정조준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8.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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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고발에 즉각 수사팀…SKT 윗선 수사 미칠까 전전긍긍
SK텔레콤이 불법 로비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25일 SKT국방사업추진단장 박 모 씨를 뇌물공여 의사표시와 배임증재 미수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 참여연대 장정욱 행정감시팀 간사가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구축 사업의 우선 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위원에게 불법 로비한 혐의로 SK텔레콤의 국방사업추진단장 박 모 씨를 뇌물공여의사표시 등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 뉴시스
서울중앙지검은 26일 형사4부(부장검사 박철)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검찰이 어느 정도 사건 개요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우정사업본부의 차세대 기반망 구축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텔레콤은 제안서 평가위원에게 접근,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사업은 우정사업기반망에 인터넷전화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u-post구현을 위한 우정사업기반망 고도화사업(이하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사업)’으로 사업규모만 317억에 달한다. 

참여연대는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사업과 관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텔레콤측이 심사가 진행되기 하루 전(7월 20일)인 제안서 평가위원에게 접근, “(만일)선정이 된다면 컨설팅 등을 통해 보답 하겠다고 로비한 사실을 평가위원으로 활동한 모교수로부터 제보받았다"며 19일 SKT측의 로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참여연대가 밝힌 스토리는 이렇다.

서울소재 모 대학 교수 A씨는 전화로 7월 21일과 22일 서울 광진구 소재 우정사업정보센터에서 실시하는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사업의 평가위원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심사과정의 보안 유지를 위해 평가 전날 전화로 선정 사실을 통보받는다. 

▲ SK텔레콤 본사.     © 시사오늘
그런데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사실을 안지 하루도 안 지난 당일 밤 11시 13분 경 A교수는 SK텔레콤의 박 모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박씨는 같은 회사 B모 차장으로부터  전화번호를 알았다며 전화한 후 저녁 11시 40분경 A교수의 집을 찾았고 둘은 조용한 술집으로 옮겨 약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 내용은 기반망 고도화 사업의 평가를 SK텔레콤 측에 유리하게 도와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것. 또한 박 단장은 “이미 전자공학회 회원 수천 명의 명단을 입수해 전사적으로 로비를 진행 중 이며 추가로 심사위원중 3명을 더 찾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폭로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 씨는 “성공하면 컨설팅도 하고 제가 이제 확실하게 보답해드려야지 말로만 교수님한테 도와주세요하면 안 되거든요…. 잘 도와주시면 우정 관련 컨설팅을 제가 1년간 해야 되니까 1년 할 수 있게 교수님 필요하신거 하시면 제가 해서…. 그런데 사전에 뭘 해주면 불법이거든요”라며 평가 후 보답을 약속 했다.

또한 박씨는 평가기간동안 다른 평가위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이용, 방문을 하는 등 전 방위적인 로비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심사가 끝난 후에도 A교수와 접촉을 시도했다. 심사가 끝난 22일 저녁 A교수에게 전화로 만날 것을 요청했고 A교수는 박 씨와 SK텔레콤의 하청업체 직원과 함께 근처식당에서 만남을 가졌다. 여기서 박 씨는 “SK가 1등을 한 게 확실하다”며 다음 주 A교수가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다시 만나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는게 참여연대의 고발장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박씨가 A교수에게) 평가를 통해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컨설팅을 매개로 금전적 보상을 약속한 것은 형법상 뇌물공여 의사표시(미수) 또는 배임증재(미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300억이 넘는 규모의 사업 수주를 위한 로비활동으로 볼때 SK텔레콤 전체 조직 차원에서 이루어졌거나 최소한 박 모단장의 상급자와 동료 직원 등과 공모해 진행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다른 평가위원에게도 로비가 있었는지, 또 다른 SK텔레콤 직원이 로비활동에 개입했는지, 추가적인 범죄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함께 참여연대는 “평가위원 선정 통지 당일 저녁 A교수가 박 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점을 볼 때 평가위원 선정 당일 우정사업본부로부터 평가위원 명단이 새어나간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며 “우정사업본부 직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는지 혹은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도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고발장 내용을 확인한 뒤 추가 제출된 A4 3~4매 분량의 녹취록 등 관련 자료의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참여연대 관계자를 고발인 자격으로 우선 소환할 방침이다.

또한 피고발인인 박 단장도 불러, 로비 의혹이 박 단장 개인 행동인지 아니면, SK텔레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판단할 계획이다.

참여연대 장정욱 간사는 “박 씨가 SK텔레콤 직원인 모 차장에게 얘기를 들었다고 말 한 만큼 주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더군다나 SK텔레콤 측에서 3명을 찾았다고 얘기했는데 당시 시간 등 정황을 살펴볼 때 혼자서 이를 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박 팀장이 과하게 의욕이 앞서다보니 책임지기 어려운 말을 한 것 같다”며 “박 씨가 얘기를 들었다고 한 차장은 팀장의 아랫사람”이라고 말하며 윗선 혹은 조직적 개입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SKT는 지난 2003년 4월에도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거액 로비의혹으로 곤욕을 치른바 있다.

당시 SKT는 KT지분 매입과 관련 이 전 공정위원장에게 두차례에 걸쳐 2만달러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샀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를 면했다.

하지만 사건이 나기 한달 전 분식회계 혐의로 최태원회장과 김창근구조본부장이 구속되고 손길승 SK그룹회장의 소환 등으로 재계 3위라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또 다시 피어난 로비의혹, 평가위원의 녹취록 등 정황증거가 확실한 만큼 SK텔레콤이 이를 어떻게 피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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