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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의 팔색조 변신과 패권론
<기자수첩>탄핵 반대에서 블랙리스트 옹호까지
낡은 TK 패권론 기대하나
2017년 02월 14일 (화)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행보가 의아하다. 사실 의아한 정도를 넘어서서 이상할 정도다.

원래 김 전 지사는 팔색조 같은 변화를 통해 정치 환경에 적응해왔다.

민중당의 노동운동가에서 신한국당의 초선의원으로, 국회의원에서 도지사로,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김 전 지사에겐 크게는 세 번의 변신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김 전 지사는 당내의 내전에 휘말린 적도 없고, 별다른 정치적 고비 없이 3선의 원내경력과 재선의 도지사 커리어를 쌓았다.

김 전 지사의 이러한 유연함에 조금씩 흠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2012년이었다. 대통령선거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나섰다가 낙선한 김 전 지사는, 2014년 동작구을 재보선 출마 요청을 마다한다. 그러더니 도지사 임기를 마친 뒤 2016년 총선서는 갑자기 대구로 지역구를 바꿨다. 그러나 오랫동안 칼을 갈아온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하며 정치생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후 김 전 지사가 다시 정가의 전면에 돌아온 것은 2016년 말 정치권이 탄핵정국에 들어간 뒤였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비박계의 중진 정치인들이 만든 비상시국회의에서, 김 전 지사는 11인의 대표자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렸다. 친박계의 맏형 서청원 의원에게 탈당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비상시국회의의 멤버들이 탈당, 바른정당을 만들 때 따라가지 않았다. 심지어 친박계보다도 선봉에 서서 탄핵반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탄핵반대집회에 참석하고, 지난 13일 K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감명을 받고 눈물이 날 정도”라고 극찬했다.

그러자 여권 내에서도 의아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 의원은 14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김 전 지사의 행보는)솔직히 어이가 없다”며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집회참여)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오산(誤算) 중의 오산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지사는 앞선 라디오 방송에서 “(비상시국회의의) 주장이 너무 과하다고 보기도 했고 또 제가 직접적으로 탄핵을 주장했다기보다는 당시에 즉각 퇴진, 하야를 주장했기 때문에 그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며 “투표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결정하는 것이지 촛불만으로는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잘못됐고 헌법에 나와 있는 탄핵을 하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지사의 우클릭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3일 보도된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에 대해 “리스트라면 나도 만들었다. 내가 볼 때 이것(블랙리스트)은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면서 “도지사 시절 보니 행정의 기본이 리스트 작성”이라고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파문을 두둔했다.

즉각 반발 여론이 일었다. 정의당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범죄를 두둔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전 지사의 진의(眞意)는 알 길이 없다.

이번 ‘네 번째 변신’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 전 지사의 행보가 현재 시류(時流)와 역행하는 움직임이라는 사실이다. 그간 김 전 지사의 다른 변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다양한 지표가 나타내는 지금의 여론은 정권교체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단죄다.

이러한 이해하기 어려운 김 전 지사의 행보는 다시 한 번 TK 패권론에 기대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만 가능할 따름이다. 그간 한국 정치의 패권을 움켜쥐고 있었던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 구 보수 체제가, 언젠가는 힘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누리(자유한국당)가 살아난다면 결국 TK를 통해서다. 유승민이 확 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쪽(TK)이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정치인으로서, 정치공학적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미 지역주의는 해체되고 있고, 느리지만 한국 정치는 진보하고 있다. 이미 특정 지역이 헤게모니를 다시 가져갈 것이라는 패권론에 기대는 시점에서 김 전 지사의 기대는 너무나도 낡은, 그래서 틀린 생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지사가 다음 시대의 대망을 노리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색을 자주 바꾸다가 자신의 색을 잃고 만 카멜레온에 대한 우화(寓話)가 생각난다. 어느 순간 김 전 지사도 자신의 색을 잊고 만 것은 아닐까. 최근 그의 지나치게 빠른 변신을 보며 아쉬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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