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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의 까칠뉴스]집배원이 쓰러져 가는데…우정사업본부 태도가 '황당'
내놓은 지침이 "장시간 근로 오해 행위 자제"…'경악'
집배노조 "악랄한 사기업보다 더 나쁜 공공기관" 비난
2017년 02월 18일 (토) 김인수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집배원들이 과로사로 쓰러져 가는데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지침이 "장시간 근로로 오해받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해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75명…산재 최악기업 4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이 모인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선정한 2005~2014년, 10년간 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산재사망 성적표입니다.

우정사업본부의 앞 순위에 있는 기업들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모두 산재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생각되는 건설사 뿐입니다. 10위권에도 현대중공업이 5위에 랭크될 뿐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모두 건설사들이 포진됐습니다.

단, 10위에는 오룡호 침몰사고로 27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실종된 사조산업이 이름을 올렸더군요. 결국 단일 대형사고를 친 사조산업을 제외하면 건설 중공업 분야 외에 우정사업본부가 유일합니다.

우정사업본부 집배원들의 사망사고는 꾸준히 이어져 지난해에도 6명이, 올해에도 1월과 2월 각각 1명씩 총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급성 뇌출혈과 심정지로 요약됩니다.

일례로 지난 6일 충남 아산시 영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조모(44)씨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동맥경화에 따른 심정지로 밝혀졌습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질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인데요.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동맥경화를 포함한 뇌심혈관계 질환과 장시간 노동의 관련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숨진 조씨는 사망 하루 전인 5일인 일요일에도 출근해 월요일 배달을 위한 우편물 분류업부를 한다는군요. 책임감 때문이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의 태도가 가관이더군요.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어떠한 사과입장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근무로 인해 직원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게 사측이 할 태도인가요? 그것도 공공기관이…. 분노가 치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배달 도중 쓰러져 사망하는 집배원이 급증하면서 장시간 노동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본부가 앞서 1월 16일에 지침을 내놓았는데…. 내용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장시간 근로로 오해받는 행위를 자제하라.”

집배노조 측은 “인력부족으로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 집배원들에게 장시간 근로로 오해받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지시한 게 말이 되느냐”며 “악랄한 사기업보다 더 나쁜 공공기관”이라고 비판합니다.

인력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 해결을 위해 인력충원을 요청한 노조의 의견은 나 몰라라 한 채 집배원들의 단속에만 나선 것이죠.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술수로 밖에 보이지 않나요?

본부 측의 해명이 웃깁니다.

“우편 물량이 많지 않은데 출퇴근 편의를 위해 일찍 출근하는 경우도 있어서 장시간 노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싶은 근로자가 있을까요? 하기는 싫지만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은 부상 등으로 인한 결원이 생기면 예비 인력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 집배원들이 구역을 나눠서 배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당일 배달을 못하면 배당받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배달해야 하는 게 우정사업본부 집배원들의 현실입니다. 실제로 지난 6일 숨진 집배원도 마찬가지였다는 군요.

김재천 집배노조 사무국장은 “집배원들이 우편물을 구분하다 쓰러지고 배달하다 쓰러지고 경비실에서 배달확인 사인을 받다가 쓰러지는 일이 허다하다”고 실례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우정노동자회 관계자는 “집배원 돌연사는 인원충원을 안 한다면 앞으로도 이어질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 요구가 빗발치자 본부에서 내놓은 대책이 소포위탁배달 확대라는 당근입니다. 문제는 소포위탁을 늘리고 물량을 줄인 대신 배달구역이 확대됐다는 점입니다.

우정노동자회는 “물량이 줄어든다고 배달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배달구역 자체가 넓어져 배달시간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 집배원들은 “오늘 꼭 살아서 보자”는 농담을 합니다. 뼈있는 농담에 눈물이 흐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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