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에 미칠 파장 '셋'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재용 구속]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에 미칠 파장 '셋'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2.20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주택사업 향방·지주사 전환 여부·해외사업 역량 강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 국내 건설업계가 삼성물산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는 눈치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내 주택사업 향방 △지주사 전환 여부 △해외사업 역량 강화 등에 대한 관심이 업계 내에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주택사업 손 놨던 삼성물산, 올해는 다를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물산 건설 부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두고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 삼성물산 CI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거치면서 사실상 국내 주택사업에서 손을 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의 국내 주택사업 부문 신규 수주고는 약 8300억 원으로 2015년 대비 절반 가량 감소했다. 수주잔고 역시 2015년 13조 원에서 2016년 10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1위 건설사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업계에서는 제일모직과의 수월한 합병을 위해 기업가치를 낮추려고 고의로 주택사업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당시 삼성물산이 합병에 치중했던 나머지 다른 부문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으로 인해 주택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물산이 2017년에는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제동이 걸린 이상, 당분간 내실을 꾀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올해 강남 재건축 지역을 포함해 총 6곳에 9017세대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만 가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과 그간 삼성물산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주사 전환…사실상 '올 스톱'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사실상 올 스톱 될 공산이 크다는 점 역시 위와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전자가 홀딩스-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단행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홀딩스와 합병해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거느린 '통합삼성홀딩스'가 출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의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오는 3월 말께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안건에서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아예 제외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기 대선 정국 역시 부담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야권의 재벌개혁 화두에 불씨를 지필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꺼내진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오히려 삼성물산의 국내 주택사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룹 일에 치여서 그동안 소홀했던 사업 부문에 아무래도 역량이 집중될 것이고, 총수 부재 속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총수 공백 없다…해외 역량 강화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지원 대가로 이 부회장이 최순실 일가에게 수백억 원대의 금전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그룹 총수의 부재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해외사업 부문에 이전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올해 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중동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지역에서 축적된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2015년 호주 로이힐 참사로 대표되는 '시행착오'다. 삼성물산은 2013년 총공사비만 6조5000억 원에 달하는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를 따냈다. 당시 삼성물산은 무리한 해외사업이라는 업계의 우려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전 현장조사와 안전관리 등에서 삼성물산의 패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호주 로이힐 지역의 변덕스러운 기후, 건설 관련 현지법, 하청업체에 대한 현지 관행법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공사에 뛰어든 것이다. 결국 폭풍우, 안전점검 등으로 공사가 연기되면서 공기 지연에 따른 보상액을 현지 법인에 무는 등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물산이 그룹 총수 공백을 희석시키기 위해 해외사업 부문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견고한 역량을 대외에 알리는 차원이 될 것"이라며 "로이힐 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