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 CEO 연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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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 CEO 연임, ‘빨간불’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7.02.26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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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현정 기자)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로 연임을 노리고 있던 생명보험사 CEO들 앞날에 초비상이 걸렸다. 대표이사들에 내려진 ‘문책경고’로 현 회사에서의 연임은 물론 다른 금융회사로의 재취업 역시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지난 23일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를 열어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한화·교보생명에 중징계를 내렸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에 영업정지(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정지) 3개월, 한화생명 2개월, 교보생명 1개월 등이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삼성·한화생명에는 문책경고, 교보생명에는 주의적 경고를 주었다.  

▲ 금융감독원이 지난 23일 빅3 생명보험사에 대한 자살보험금 미지급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 시사오늘

앞서, 자살보험금 논란은 여러 생보사들이 지난 2001~2010년 간 판매한 재해사망특약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을 재해사망으로 고려해야 하는지를 두고 빚어졌다. 또한 청구권 소멸시효(2년)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도 법정싸움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금감원에서는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해당 보험사들을 압박했다. 당시 논란이었던 14개 생보사 중 11곳은 보험금을 전액 지급했다. 반면 이번 조치를 받은 생보사들은 지급을 미뤄왔다. 규모는 삼성생명 1608억 원, 한화생명은 1050억 원, 교보생명은 1134억 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징계 수위를 놓고 여타 금융사에게 내려졌던 행정조치와 대비해 수위가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표이사에 대한 문책경고로 인해 현재 사장들의 연임은 불가능해졌으며, 다른 금융회사에도 3년 간 재취업이 금지된다.    

◇ 당혹스러운 삼성생명 김창수號, 한화생명 차남규號 

이에 따라 얼마 전 이사회에서 연임을 결정한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현 임기가 1년 남은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자리에 빨간불이 켜질 예정이다.

▲ 좌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이사,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뉴시스

김 사장은 지난 1월 임기가 끝났지만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늦어진 삼성그룹 인사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2014년 취임 이후 삼성생명의 낮은 실적에 비해 높은 급여를 받아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비판에도 김 사장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연임이 결정됐으며, 다음달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의 최종 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임기는 다음해 3월에 끝난다. 차 사장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해 한화생명으로 바뀐 7년 간 CEO자리에 있었다. 업계에서는 그가 한화생명 성장에 크게 기여해, 다음 연임에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일각에선 차 사장이 내년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책임을 위해 중도하차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아직 이들 보험사가 현 CEO들을 포기하기엔 시기상조다. 금감원의 제재가 법적 효력을 지니기 위해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최종결정을 현 명령과 같은 수위로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삼성·한화생명에서 금감원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지급과 관련해 법원에서도 생보사들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금감원에서 자의로 행정제재를 내린 것에 대한 반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주의적 경고로 마무리 지은 교보생명은 연임이 가능해졌다. 교보생명은 제재심이 진행되기 직전 자진해서 남은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해 중징계는 면하게 됐다.  

교보생명은 1858건의 계약에 해당하는 672억 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12월 전체 미지급액 1143억 원 중 14.6%인 167억 원만 지원한다는 결정을 번복한 조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은 오너가 최고경영자 자리를 역임하고 있어 금감원의 압력이 다른 생보사들에 비해 더 부담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담당업무 : 국제부입니다.
좌우명 : 행동하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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