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답이 된 사회④]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공무원이 답이 된 사회④]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2.2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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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2014년 기준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8.8%에 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노인 복지는 여전히 빈약하다 ⓒ 뉴시스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뉴스채널 <채널뉴스아시아>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의 할머니 매춘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한 편을 공개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노인들이 성매매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를 다루면서, 한국 사회의 심각한 노인 빈곤 실태를 고발한다.

다큐멘터리 주인공인 박모(78) 할머니는 관절염을 앓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박 할머니는 한 달에 30만 원 가까이 드는 약값을 충당하기 위해 성매매를 시작했다. 정부 지원은 문자 그대로 ‘굶지 않도록’ 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무릎이 아파 직업을 갖기 힘든 그는 거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박 할머니는 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신경통을 앓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이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며 “정부 지원 덕분에 굶지는 않지만, 약값이 너무 비싸서 여기 나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경찰에 들키는 것보다,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냐고 욕할 사람들의 시선이 더 창피하다”고 토로한다.

가난한 노인들

2017년 대한민국에서 박 할머니의 이야기는 결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2014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8.8%에 달했다. OECD 국가 평균의 네 배가 넘는다. 이러다 보니 노인자살률도 높다. 보건복지부의 ‘2014 노인실태조사’는 65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55.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고발한다. 이 역시 OECD 국가 평균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노인 복지는 여전히 빈약하다. 은퇴 이후 노인들은 연금 소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노년층의 국민연금 연평균 수령액은 34만6000원 수준이다. 1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월 평균 최소생활비 136만 원의 1/4정도다.

심지어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3일 ‘공사연금의 가입 및 지급연령의 국제비교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고령화 속에 연금재정이 악화하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했고, 일부 국가는 70세로 올리거나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국민연금 수령 나이도 67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에 시달리는데도,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우려하며 복지 수준을 낮추려 하는 셈이다. 

▲ 은퇴 이후 노인들은 연금 소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노년층의 국민연금 연평균 수령액은 34만6000원 수준이다 ⓒ 뉴시스

공무원연금 vs 국민연금

“회사 다니다가 그만두고 노량진으로 들어왔다. 삶에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모아도 돈이 안 모이더라. 결혼하고 애 낳아서 키우면서 노후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걱정됐다. 공무원은 월급은 많지 않아도 연금이 나오니까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그래도 공무원보다 노후 보장 확실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뉴스 보면 하루 종일 공원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는 노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솔직히 남일 같지 않다. 공무원이 되면 평생 비참하게 살 일은 없지 않겠나.”

지난달 노량진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공무원시험 준비생은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정년·노후 보장’이라는 공무원의 장점이 다소간 퇴색된 것은 사실이나, ‘다른 직업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납세자연맹이 지난해 12월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공무원 평균 연금은 2904만 원이었다. 월 평균 242만 원에 달하는 액수다. 지난 2015년 5월, 기여율은 5년에 걸쳐 7%에서 9%로 인상되고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1.9%에서 1.7%로 하향되는 내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통과됐지만, 공무원연금의 매력은 여전하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혁 이후 지급률은 1.7%로 떨어졌지만, 소득대체율은 62.7%에서 61.2%로 거의 변화가 없다. 정년이 62세에서 65세로 늘어나며 공무원연금 가입기간도 3년 연장됐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약 40%에 불과하다. 민간기업과 달리 정년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없고, 정년을 채우면 노후 생활도 확실히 보장해주는 공무원의 장점이 젊은이들을 노량진으로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공적연금 인상이 해법

정치권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공적 연금제도의 적정성이라는 개념은 노후의 생활수준이 빈곤하지 않아야 한다는 ‘빈곤방지 기능’과 경제활동연령 당시의 소득수준을 어느 정도 이어나갈 수 있게끔 하는 ‘소득유지 기능’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돼야 하는데, 기초연금이 최고 20만원, 국민연금 평균수령액이 33만7560원인 우리나라는 노후생활을 하는데 최소한의 수준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노후 빈곤이 다양한 사회적 병폐를 야기하는 데 공감하고, 공적연금을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다만 공적연금 인상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20만 원 이상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당선 후 얼마 되지 않아 파기됐고,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공약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2017년 복지예산 중 1인당 노인복지 분야 예산은 오히려 전년보다 감소했다. ‘노후가 불안해 공무원에 도전한다’는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5명 중 1명꼴인데도, 노인 복지는 개선될 기미가 없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이 답’일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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