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천안함 조사 ‘미발표’…외교 악재 우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러, 천안함 조사 ‘미발표’…외교 악재 우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9.03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 “러시아 천안함 발표 안하면 MB 타격”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러시아가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이유가 이명박 대통령의 큰 정치적 타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한 가운데, 이번엔 러시아가 중국 측에 한국의 조사 방해를 이유로 조사단 파견을 막았다고 주장, 오는 30일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한-러간 외교관계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레그 전 대사는 3일 교통방송 TBS 라디오영어 FM '디스모닝'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 침몰 사고 조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지만 방해를 받았다"면서 "중국정부에도 조사가 불가능하니 조사단을 파견하지 말라고 해 중국 측이 조사단을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안함) 사고 해역은 암초와 기뢰 등이 많은 복잡한 곳인데, CIA 고위간부 출신인 나로서는 북한이 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 이희호 여사의 6월 평양방문 초청 등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쪽 군함을 공격해 스스로 계획을 이탈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MBC 최명길 앵커가 트위터로 전송하면서 급속도로 퍼졌고 다음 주 9∼10일로 예정된 한-러간 정상회담에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31일 그레그 전 대사는 <뉴욕타임즈>에 '북한의 반응 살피기(Testing North Korean Waters)'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가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이유를 믿을 만한 러시아 소식통에게 물어보니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크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난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해 한차례 논란됐다.

그는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이 먼저 좌초된 후 그물에 걸렸고 여기에 쓸려온 기뢰 폭발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침몰됐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3일 감사원이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군 위기대응 체계, 제도개선 사항 등 부실조사 등의 감사결과를 의결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 천안함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결과에 군의 핵심적인 군사작전지침 계획, 서북해역 함정 보유 및 배치 현황, 군의 무기성능 및 한계 등 군사기밀이 다서 포함돼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측은 이번 비공개는 감사위원회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의결을 거쳐 결정한 만큼, 절차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그레그 전 대사 발언과 관련,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레그 같은 상당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에서 사고원인에 대한 다른 견해를 내고 있고 국제적으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조사결과가 국제사회에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에 있다는 건 매우 문제"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강창일 의원도 "러시아 측 보고서를 빨리 입수해 공개하고 일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재조사를 해 의혹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만일 그렇지 않으면 한국정부의 조사보고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국제사회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그레그 전 대사는 상당한 정보력을 갖고 있는 만큼 결코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느닷없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목적이 매우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천안함 진실 규명은커녕 김태영 국방장관은 유임됐고 부실조사로 지탄받았던 민군합동조사단 인사들은 승진을 했다”면서 “국회 차원에 국정조사를 당장 실시해 천안함 사건에 부실은 없었는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는 9∼10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에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하는 이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어떤 논의를 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