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장관 티끌이 정권엔 태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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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장관 티끌이 정권엔 태산으로
  • 시사오늘
  • 승인 2010.09.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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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전 장관의 자녀 특혜 채용 사태를 보며
공직 사회가 공정성 시비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사태가 처음 불거진 외교통상부의 경우, 장관이 경질된데 이어 '제2 제3의 유사 사례가 더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안팎으로 흉흉하기까지 하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11월로 예고된 세계 선진국 회의 이른바 'G20 정상회의'의 차질을 우려할 정도다. 외교통상부가 정상회의의 주무 부처라는 점과 아울러 개각설이 나돌던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유명환 전 장관의 유임을 결정한 주된 이유도 바로 이 G20 정상회의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외교통상부에서 시작된 이 파문이 여타 정부부처로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늦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이지만 관가 주변은 스산한 바람 마저 감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좀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권력을 앞세워, 친분 있는 인사를 요직에 앉히고, 또 재력을 내세워 관직을 사던 소위 '매관매직의 폐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이러한 부조리의 역사를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모름지기 인류 역사에서 국가가 만들어지고 권력이라는 것이 형성된 이후, 줄곧 음으로 양으로 벌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진, 부조리가 왜 하필 이 시점 그토록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태를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죄질'이다. 유 전 장관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높은' 지위를 앞세워 자녀에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명문대 4년을 마치고도 여전히 도서관에서 불을 밝히며 부모에게 용돈을 타다 써야하는 오늘날의 '무직' 청년들에 희망은커녕 절망으로 다가갔을 것이라는 데 있다. 또 이는 다시 말해 '부모 잘 만나야 출세한다'는 삐뚤어진 가치관을 심어 주거나 혹은 날밤 세워 취업을 준비해온 이들에겐 허탈감을 전달하는 파렴치한 행위라는 것도 저변의 시각이다.

여기에 또 하나, 정부가 실업 극복을 위해 내건 '공정 경쟁'이라는 슬로건도 이번 사태로 인해 허울뿐인 구호가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자칫 이명박 대통령엔 정치적으로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폭발력이 배가되는 효과를 낳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 오찬을 통해, 지난 인사청문회와 이번 사태를 엮어 '자성의 뜻'을 내보이며 급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부처 장관의 부조리가 정권의 운명까지 뒤바꿀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만한 대목이다.

'장관의 경질과 대통령의 사과'라는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지만,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주목해볼 만하다. 더욱 정부는 지난 정부부터 이미 법조, 행정, 외무 관료를 선발한 이른바 '고시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있다.

고위 공직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러한 인식을 근본부터 흔드는 파장을 던지고 있다. 부처 재량으로 고위직을 선발할 경우, 제2의 유명환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일부에서는 '그간의 고시제도가 개천에서 용을 만들어 왔다'며, 정부 정책에 반발해 온 바 있다. '일개' 장관의 티끌이 정권엔 태산같은 짐을 안기게 됐다.

                                                                      <김동성 월요시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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