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민주계 역사 속으로 퇴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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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민주계 역사 속으로 퇴장하나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9.02.12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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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계 2인자 최형우 뇌일혈로 정계은퇴
서석재 홍인길 문정수 등도 역사의 뒷길로
결국 YS 정권 이후 4분5열된 쇠락의 길
▲     © 운영자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민주계는 우리 헌정사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쿠데타나 체육관에서 지명된 전임 대통령과는 달리 정상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대통령을 만든 첫 정치인맥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민주계에 몸담았던 인사는 YS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숱한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그를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려놓았다. 이들의 ‘땀의 결정체’로 인해 YS는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YS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인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93년 YS 정부가 탄생하자 이들은 요직에 앉았다. YS정권 기간 동안 최대의 권한을 누렸던 인사는 최형우 전 의원이다. 최 전 의원은 내무부장관 등을 거치면서 ‘민주산악회’, ‘정동포럼’, ‘21세기 정보화 전략 연구소’ 등 조직을 만들어 대권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뇌일혈로 쓰러져 사실상 정치무대에서 사라졌다. 상도동 측 한 관계자는 “온산(최형우)이 추구하던 대동단결의 정신이 아쉽다”고 소회했다.

상도동의 금고지기에서 출발, 총무수석까지 지낸 홍인길 전 의원 역시 YS의 지역구(부산 서구)까지 물려받아 금배지를 달았으나 한보비리로 투옥돼 정치생명이 끝났다. ‘나라사랑 실천본부(나사본)’를 이끌며 ‘조직의 귀재’로 불렸던 서석재 전 의원도 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 ‘반 이회창’ 전선을 형성했으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정치판을 떠났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민주당 이인제 의원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탈당해 단기필마로 대선전에 뛰어들었으나 낙마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당시 노무현 후보에 발목을 잡혀 패했다. 이후 자민련과 다시 민주당을 오가는 행보를 보여 국민들 사이에 ‘철새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1%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을 얻었다.

황명수 김운환 등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여권으로 옮겼으나, 지난 16대 총선에서 낙마하며 정치권에서 멀어져 갔다. 최기선 전 인천시장과 김동주 전 의원도 자민련으로 말을 갈아타며 한때 재기하는 듯 보였으나, 허망한 꿈으로 끝났다.
 

▲     © 운영자

최 전 시장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인천시장 후보로 나와, 도전했으나 낙마했다. 김광일 전 청와대비서실장, 문정수 부산시장 등도 ‘YS대리인’을 자처하며 지난 16대 총선에서 ‘민국당’ 간판을 들고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서청원 전 의원도 한화와 썬앤문그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7대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연대를 만들어 국회에 재입성했지만 공천비리 혐의로 금배지가 날아갈 위기다.

YS 비서실장을 지내며 유일하게 민주계의 맥을 이어왔던 김덕룡 전 의원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원외인사로 전락했다. 강삼재 전 의원도 안풍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낸 후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전략기획팀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낙선과 더불어 18대 총선에서 패배해 정치판을 떠났다. YS 대변인 격인 박종웅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연대21을 이끌며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 역할을 했지만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직을 맡을 것이란 말들이 돌았지만 결국 풍문으로 그쳤다.

김수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16대 국회를 끝으로 정치계를 떠났다. 김무성 안경률 정병국 이성헌 의원 등이 18대 총선에서 살아남아 민주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안경률 의원이나 정병국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명박 지지를 선언하며 무사히 18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안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김무성 이성헌 의원은 YS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지지를 선언했음에도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김무성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곤혹을 치렀으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YS 대통령 시절 민정·사정비서관 등을 지냈던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인연으로 ‘박근혜 맨’이 됐다. 이성헌 의원의 경우, YS 인맥이라고 보기보다는 김덕룡 의원 계보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김덕룡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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