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때리는 진보, 盧 헐뜯는 보수…불붙은 프레임 전쟁
스크롤 이동 상태바
朴 때리는 진보, 盧 헐뜯는 보수…불붙은 프레임 전쟁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3.22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권 교체’ 프레임 지키려는 진보 vs. ‘이념 전쟁’ 프레임 만들려는 보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프레임 전쟁’에 불이 붙었다. 차기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각 진영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장(戰場)으로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보수도 진보도, 프레임 형성에 필요한 고리로 전(前) 대통령들을 골랐다. 

▲ 민주당은 정권 교체 프레임을 가능한 오래 지속시켜야 대선에서 ‘변수’를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 뉴시스

‘정권 교체’ 프레임 지키려는 진보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하루 앞두고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 상당수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끝까지 자신의 책임 없음만 강변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폭발할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완전한 진실”이라고 밝혔다.

21일에는 박경미 대변인이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를 벌여 헌정 사상 최초로 헌재에 의해 파면된데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고, 국민통합을 위한 메시지도 없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주목했던 국민들은 또 한 번 무색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마음속에 국민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파면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박근혜 때리기’에 집중하는 것은 대선을 ‘정권 교체’ 프레임 속에서 치르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20% 전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율은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30%까지 폭등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정권 교체 열망으로 이어지면서, 정권 교체 기수(旗手) 역할을 자임한 문 전 대표에게 지지율이 쏠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세론’은 ‘최순실 게이트’가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은 정권 교체 프레임을 가능한 오래 지속시켜야 대선에서 ‘변수’를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자칫 차기 대선이 이념 싸움으로 흘러갈 경우, 진보·보수의 양자 구도 혹은 진보·중도·보수의 3자 구도가 형성되므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념적 확장성’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문 전 대표이니 만큼, 차기 대선은 ‘이념 전쟁’이 아니라 정권 교체 프레임에서 치르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세론’은 해 뜨면 사라질 아침 안개와 같다”며 “탄핵이 인용되고 정치적 불투명성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기준으로 대선 후보를 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권 교체 프레임이 깨지면 문재인 대세론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 현재 보수 진영은 어떻게든 ‘이념 대결’ 프레임으로 대선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 뉴시스

‘이념 전쟁’ 프레임 만들려는 보수

보수의 입장은 정반대다. 현재 보수 진영은 어떻게든 ‘이념 대결’ 프레임으로 대선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바닥을 치고 있고, 탄핵 찬성 여론이 70%를 상회하는 지금 구도에서 대선을 치르는 것은 ‘필패(必敗)’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자유한국당·바른정당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을 합쳐도 채 15%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보수는 차기 대선을 ‘보수 대 진보’ 프레임으로 끌고 가고 싶어 한다. 제18대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보수 대 진보 구도에서는 50 대 50 싸움을 기대할 수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월간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전까지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8%, 진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6%였다. ‘정권 교체’ 프레임에서 ‘이념 대결’ 프레임으로 전환할 경우, 지금과 같은 극단적 ‘야고여저(野高與低)’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유한국당이 ‘노무현 때리기’에 나선 배경도 여기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를 상징하는 인물이므로, 그를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보수 대 진보’ 프레임을 활성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홍 지사가 “없는 사실을 가지고 또 다시 뒤집어씌우면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해보겠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의로운 죽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경남지사지만 몇 주기 행사에도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해왔다”며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진보에 날을 세우고 보수를 결집해 ‘판을 바꾸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측 한 관계자는 22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당내에서 홍 지사가 ‘막말’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며 “지금 홍 지사는 판을 뒤집기 위해 전략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한 ‘막말’이 아니라, 프레임 전환을 위해 던진 승부수라는 설명이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