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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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무엇이 문제인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3.23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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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행정해석 정상화 작업…완충장치는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환노위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인사 나누는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과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 뉴시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1주일에 일할 수 있는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다. 기본적인 1주 간 최대 근로시간은 40시간이지만,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1주 12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고용노동부는 “‘1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제49조(현재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의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행정해석을 내놨다.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1주는 7일이 아니라 5일’이라고 공표한 것. 이에 따라 평일 근로와 휴일 근로가 따로 계산되면서, 평일 근로 52시간에 휴일 근로 16시간을 더한 68시간이 우리나라의 주당 근로시간으로 정착됐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계속 문제가 됐다. ‘휴일은 1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는 이미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역시 경제·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노사정 타협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1주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단축하는 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다만 오랜 기간 지속된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다 보니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중소기업의 반발이 거세다.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기존 근로자의 연장 근로로 보충해왔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들은 1주 근로시간을 16시간 단축할 경우, 생산성은 약화되면서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역설한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2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4회 경총포럼’에 참석해 “휴일근로에 중복할증을 하고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소득은 감소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기업이 신규 일자리를 늘리려 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국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한다면 중소기업인들이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역시 “중소기업 월평균 임금감소폭은 4.4%로 대기업 3.6%에 비해 더 높아 영세사업장은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근로자 임금 감소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본급이 낮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초과근무 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 양측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부대조건 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휴일 근무에 대해서는 반드시 연장근무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민주노총도 “지금까지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해석해온 정부의 태도는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법적으로 명확한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한 정부는 사과부터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기업은 비용 증가, 노동자는 소득 감소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근로시간 단축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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