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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비주얼이라는 껍질 속의 유령
<김기범의 시네 리플릿>뒤늦은 실사화, 뒤처지는 서사
2017년 03월 28일 (화) 김기범 영화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기자) 

   
▲ 영화 <공각기동대>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1980년대에 등장한 사이버펑크(Cyberpunk)는 인간의 본성과 첨단화된 과학기술이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SF 문학의 하위 장르다. 

사이버네틱스와 펑크의 합성어에서 비롯된 대부분의 사이버펑크는 막연히 먼 미래의 우주여행이나 외계인과의 조우를 소재로 삼는 대개의 SF 장르와는 달리 비교적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현실적 문제점들을 다룬다. 

이러한 사이버펑크 계열이 한때의 대세로 대중과 각종 매체에서 각광을 받던 시기는 바로 눈부신 경제발전 못지않은 무분별한 환경오염과 물질 숭배주의, 그리고 인간성의 상실이 고착화되며 세기말적인 불안감이 첨예화되었던 1990년대였다. 

20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정체모를 판타지와 함께 수반되는 미래에 대한 석연치 않은 불안감과 자본주의의 극대화에 따른 인간의 소모품화, 그리고 세계화 속의 국제 행위자로서 거대기업의 발흥은 현대인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맞물려 개인의 정체성과 자아의 결손이라는 철학적 거대 담론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머지않은 시기에 결국 현실화 되리라 예상했던 해킹과 인공지능, 가상현실이라는 정보 통신 기술은 사이버의 궁극적인 발전과 그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각종 괴리와 부작용이라는 또 다른 반대급부들을 양산해 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탄생한 리들리 스캇 감독의 1982년 작 <블레이드 러너> 는 어두운 미래 세계를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경계에서 번민하고 방황하는 불분명한 정체성으로 표현해 냈고, 결국 사이버펑크 SF 영화의 고전이자 원류라는 타이틀을 부여받는다. 

<블레이드 러너> 가 보여주었던 그 화려한 네온사인과 비 내리는 음습하고 어두운 거리, 그리고 국적을 알 수 없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뒤섞인 비주얼은 시대를 앞서간 전설의 비기이자, 이 영화를 규정짓는 궁극의 관념으로 이후 사이버펑크 영화의 시조로서 수많은 아류들을 양산하게 된다. 

그중 1980년대에 만들어진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 는 비록 그 영향을 받은 곁가지의 하나지만, 영화가 아닌 만화 부문에서 사이버펑크 계열의 기원을 이루었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뤽 베송의 <제5원소> 와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로 마사무네의 이 문제작이 오시이 마모루에 의해 1995년의 극장판으로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저패니메이션은 국제무대에서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고, 일본 만화제국의 소프트 파워를 관철시키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루퍼스 샌더스 감독의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은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에 있어서 때늦은 감이 너무나 현저하다. 

어찌 보면 2000년 이후 막상 실제로 찾아온 미래는 그동안 인류가 섣불리 예상해 온 것보다 훨씬 못 미쳤고, 이는 사이버펑크 장르의 몰락을 가져온 것과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신선한 콘텐츠가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이 개봉하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은 기존의 사이버펑크 영화가 지녀야 할 전통적 코드들을 기본적으로 답습함으로써 전설의 적통을 이어받고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과시하고 있는 듯하다. 

한자와 각종 이국적 언어가 혼재된 네온사인 간판과 국경과 인종을 무시한 국적 불명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세계화로 점철된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은 인간과의 경계를 허물 정도로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을 천명하지만, 한편으론 인류가 우려했던 인간성의 상실과 현대인의 소외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나름대로의 철학적 담론을 관객에게 내던지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친다. 

착용자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바디 수트는 도시의 구석구석에 박혀진 수많은 홀로그램들이 지배하는 마천루 사이를 누비며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증강현실과도 같은 이상과 현실과의 이격을 보여준다. 

신체 개조된 사이보그들은 영원불멸의 삶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지만, 동시에 초헌법적 기업집단에 대항하는 숱한 해커들과 반사회적 집단들은 신세계의 질서와 풍요에 대한 의문 서린 화두를 투척한다. 

실사화 된 <공각기동대> 는 오리지널리티라는 뒷배에 한껏 의존하며, 예상대로 <블레이드 러너> 의 토양 위에 <매트릭스> 의 존재론이란 씨앗을 뿌리려 했다. 

<제5원소> 에서 <공각기동대> 에 대한 오마주로 힘차게 몸을 날렸던 밀라 요보비치가 <레지던트 이블> 등을 통해 이미 선점했던 여전사의 액션과 스타일을 넘어서려는 듯, 본류의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한 최고의 CG 와 비주얼 구현 능력은 가히 20여 년 전의 그것과는 차별화된 진일보를 이루었다 할 만하다. 

하지만 이미 줄거리가 정해진 원작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증명하듯, CF 감독 출신인 루퍼스 샌더스는 자신의 주특기에만 치중했을 뿐, 원작이 내뿜었던 비장미의 드라마적 서사에는 확연한 결핍을 내보이고 만다. 

가슴 벅찬 기대에 부풀게 했던 영화 도입부의 화려한 비주얼과 호쾌한 액션은 중반부로 들어설수록 여주인공의 자아와 진실 찾기라는 뻔한 구도로 돌아서며, 종국엔 러닝 타임 내내 스스로 밸런스를 무너뜨리며 보는 이를 지치게 만든다. 

<제5원소> 의 어설픈 미래 지향적 스타일과 비주얼이라는 의체에 덜 의존했더라면 그 영혼은 우리가 아는 <공각기동대> 특유의 전율로 채워졌을 것이다. 

정작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에게서 영감을 받은 <제5원소> 와 <매트릭스> 라는 두 후속 사이버펑크 영화의 뒤를 이제야 구태의연하게 쫓는 아이러니는 마치 실사판 <공각기동대> 의 지난한 앞날을 예견하는 것 같다. 

물론 여느 시리즈가 그렇듯, 그 기원담을 보여주는 영화의 임계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트릭스> 의 첫 편이 보여준 충격과 공포의 그 걸출한 혁신을 기억하는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이 출발선은 여전사들이 종횡무진했던 기존 SF 액션의 선상에서 저 멀리 뒤쳐져 있을 따름이다. 

주연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의 전작, <루시> 의 프레임을 상기시키는 이유다. 

혼자서 일본어 대사를 하며 영어권 배우와 입을 맞추는 기타노 타케시의 캐릭터는 영화적 컨셉이라 이해하더라도, 우리의 소령이나 일본의 소좌에 해당되는 계급 명칭인‘메이저’(Major)를 마치 주인공의 이름인양 마냥 불러대는 번역의 부실부터가 영화의 기본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덤이다. 

3월 29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공각기동대>의‘공각’이란‘공격형 장갑 외골각(攻撃型装甲外骨殻)’의‘공’과‘각’을 각기 따서 줄인 말이다.‘외골각’이라는 것은 인간이 옷처럼 입는 일종의 암 수트(Arm Suits)로서, 공각기동대란 이‘공각’을 거느리고 싸우는 기동대를 의미한다. 

★★☆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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